사교육 출발지 '영어유치원'…4세부터 입학 전쟁 [사교육 심층진단 11편]
[EBS 뉴스12]
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 유치원'은 사교육의 출발지로 통합니다.
연필도 잡기 어려운 만 3세 유아에게 알파벳 쓰기를 요구하는 등, 무리한 입학시험 때문에 제2, 제3의 사교육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그 실태를 먼저, 진태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이 영어학원 유치부는 한 해 원비가 2천 6백만 원입니다.
4년제 대학 연평균 등록금의 4배 수준입니다.
입학 자격을 얻으려면, 영재 검사에서 '상위 5%' 성적표를 받아와야 합니다.
15만 원을 줘야 하는 검사인데, 이미 예약이 올해 말까지 꽉 찼습니다.
인터뷰: 강남 영어유치원 A 관계자 (음성변조)
"순번은 좀 많이 길어서 정확하게 순번이 언제 온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운 상황이고요. (내년까지도 사실 안 될 수도 있는 거네요?) 저희도 그거는 알 수가 없어요.
교육부 통계 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의 월평균 학원비는 175만 원으로, 사립 유치원의 10배에 이릅니다.
급식비와 차량 운행비, 방과 후 과정은 또 별도 금액입니다.
인터뷰: 학부모 / 경기도 하남 (두 자녀 영어유치원 재학)
"부담이 크죠. 방과후 수업 추가 하면은 거의 한 명당 200만 원 정도는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전체 소득의 거의 반 이상은 나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들 기관의 법적 지위는 어디까지나 '학원'입니다.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다양한 체험보다는 영어학습 기능에 집중하다 보니, 부작용도 상당합니다.
이들 기관 상당수는 5세 입학시험에서 이미 영어로 대화는 물론 작문까지 요구합니다.
결국, 만 두세 살부터 수십만 원대의 사교육을 붙여 입학시험을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입학시험 대비 과외 업체 원장
"심지어 기저귀 차고 선생님 무릎에 앉아서 수업받고 그래요. 아기들. 1:1 수업은 4세 파닉스 하는 친구들은 (1시간에) 20만 원으로 진행하고요."
어렵게 입학하더라도 문제는 그치지 않습니다.
인터뷰: 8세 자녀 학부모 / 서울 마포구
"쓰는 부분도 한글도 잘 쓰지도 못하는 데 영어를 계속 강압적으로 쓰게 하셨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외국어 학습은 지속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뇌의 기능을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합니다.
인터뷰: 임동선 교수 / 이화여대 언어병리학과
"모국어로 사고가 확장이 안 됐는데 그냥 영어로만 되는 게 아니에요. (가정에서) 엄마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유아) 집단이 전전두엽 기능이굉장히 현저하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았어요. 점점 더 그것이 학령기에 가면 학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영어학습의 적기를 놓고는 이견이 있지만, 적어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는 사교육 업계의 주장은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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