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강 생존자' 물곰 벌레, 5억년 전엔 1000배 컸다

현생 물곰 조상, 5억년 전 '루올리샤니드'라는 벌레 동물

흔히 물곰(사진)이라 불리는 '완보동물' 몸집이 5억년 전엔 지금보다 1000배 이상 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흔히 물곰이라 불리는 '완보동물' 몸집이 5억년 전엔 지금보다 1000배 이상 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완보동물은 0.1㎜ 길이 무척추동물로 4쌍의 다리로 걷는 모습이 곰과 비슷해 '물곰' 벌레라고 불린다.

9일 과학계에 따르면 김지훈 극지연구소 지구연구본부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수억년 전 완보동물 조상을 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완보동물은 우주, 남극과 같이 일반적으로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지구 최강 생존자'라고 불린다. 특히 영하 200℃이하 극저온 환경이나 영상 100℃ 이상 끓는 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생물로 알려졌다.

이에 연구팀은 완보동물의 조상과 진화과정을 분석했다. 우선 5억년 전 엽족동물 화석과 현생 완보동물 40여종을 비교했다. 엽족동물은 벌레 형태의 동물로 전세계 연구진은 완보동물의 조상이라고 추정됐을 뿐 이를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현생 물곰 벌레(A·B)는 5억년 전 생물(C·D)인 루올리샤니드에서 파생됐다는 연구 결과. / 사진=극지연구소

분석 결과, 과거 엽족동물의 한 종류인 '루올리샤니드'가 현생 완보동물의 조상으로 나타났다. 루올리샤니드와 현생 완보동물은 중간 머리 부분 기관과 몸통 다리 등에서 공통 형질(생명체 모양·속성)이 있었다. 크기가 작아진 이유는 진화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 소실 영향으로 추정됐다.

특히 화석에서 확인한 루올리샤니드는 크기 2~10㎝ 수준이었다. 현생 완보동물은 다 자라도 0.1㎜가 안 된다. 이는 크기가 최대 1000배 컸다는 의미다. 루올리샤니드는 완보동물과 달리 긴 앞다리를 가졌고, 앞다리에 난 털로 작은 먹이를 모으거나 먹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극지에서 확보한 화석을 통해 이뤄졌다. 극지는 고생대 생물의 흔적이 잘 남아 있다. 전 세계 연구진들이 화석을 통해 동물 기원이나 지구의 역사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도 극지연과 미국·중국 등 연구진이 공동 협력해 밝혀낸 성과다.

연구팀은 " 화석을 통해 완보동물 조상이 5억년 전 다른 종에서 유래됐다고 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융합연구를 통해 동물 기원과 지구 역사를 밝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