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국제 원주민의 날···‘떠돌이’ 피그미족이 마주한 가혹한 현실
심해지는 콩고 분지 열대우림 난개발에
원주민 피그미족 삶의 터전 잃고 떠돌아
“무차별 벌목은 피그미족 문명 파괴”
매년 8월 9일은 국제 원주민의 날이다. 자취를 감춰가는 원주민의 명맥을 잇고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지키자는 취지로 1994년 유엔 총회에서 지정됐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폐’로 불리며 브라질 아마존과 함께 전 세계 산소 공급을 책임지는 콩고 분지 열대우림에 사는 피그미족이 마주한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무차별 벌목과 난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피그미족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24는 8일(현지시간) “콩고 분지 열대우림 나무 벌채가 심해지면서 피그미족의 땅과 역사, 문화가 파괴되고 있다”며 “수만 년의 생존 끝에 피그미족이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콩고 분지 열대우림은 콩고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 가봉,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적도기니 등 중앙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에 펼쳐진 광활한 숲이다. 규모는 무려 2억헥타르(㏊)로 아마존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프랑스24에 따르면 피그미족은 콩고 분지 열대우림에 약 5만년 전부터 살았다고 한다. 지금도 약 100만명의 피그미족이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콩고 분지 열대우림이 날이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 글로벌포레스트워치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은 지난해 전 세계 삼림 벌채의 13%에 해당하는 50만헥타르를 개발했다. 콩고민주공화국보다 삼림 개발을 많이 한 국가는 브라질(43%)밖에 없었다. 카메룬도 숲을 농경지로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산림 전문가인 마린 구티에르는 프랑스24에 “지난 20년간 콩고 분지 열대우림엔 많은 도로와 기반 시설이 건설됐다”며 “도로는 마을로의 접근성을 향상했지만, 숲에 사는 원주민에겐 해로움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중앙아프리카 국가들의 무책임한 행정과 부패는 난개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환경단체인 아파다임(APADIME)의 에스텔 에울 로브 사무총장은 “중앙아프리카 국가들은 숲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치권은 이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부패한 정부의 묵인하에 개발업체들은 삼림을 착취하고 원주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개발업체는 벌목 대가로 원주민을 위한 학교 건설과 식수 제공 등의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프랑스24는 꼬집었다.
그 사이 삶의 터전을 잃은 피그미족은 떠돌이 신세가 됐다. 로브 사무총장은 “그들은 먹거리와 의약품을 전적으로 숲에 의존해 얻고 있다”며 “숲을 개발한다는 건 피그미족 생존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빼앗는다는 의미이자 문명 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 외곽엔 숲에서 나온 피그미족이 몰려 사는 판자촌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콩고 분지 열대우림 파괴가 아마존 난개발과 비교해 국제사회 주목을 덜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브라질 등 남미 8개국으로 구성된 아마존 협력조약기구(ACTO) 회원국은 이날 브라질 벨렝에서 회의를 열고 지속 가능한 아마존 개발과 불법 삼림 벌채 종식,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범죄 척결 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콩고 분지 열대우림과 관련해선 이와 같은 움직임이 전혀 없다. 로브 사무총장은 “피그미족이 환경 범죄와의 전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피그미족이 참여하지 않고선 피그미족을 위한 일을 할 수 없다. 그들은 변화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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