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고' 이첩 보류 뒤 軍 내부 충돌 계속… 쟁점은?

박응진 기자 2023. 8. 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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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법무 검토 의견에 '수사 개입' 논란… '윗선' 의혹도
해병 수사단장 '항명 혐의' 적용 놓고 적절성 시비도 불거져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 2023.7.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지 3주가 지났다.

그러나 당시 부대 관계자들의 과실 등 책임 여부는커녕 명확한 사고 경위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달 말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 결과 공개를 보류토록 한 데다 민간 경찰 이첩도 미룬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채 상병 사고 초동 조사를 이끌었던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을 이유로 보직해임된 데다 군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그에 따른 논란도 계속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 7~8일 각각 1시간 넘게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채 상병 사고 관련 후속조치를 놓고 최근 1주일여간 불거진 각종 의혹 등에 대한 해명에 나섰으나, 군 안팎에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많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해병 수사단장 '항명' 혐의 적용에 적절성 시비… 군검찰 수사 쟁점으로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이 이달 2일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 결과를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이첩하자, 군 당국은 '이첩을 보류하라는 상급자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직무정지 및 보직해임 조치를 취했다. 이후 박 대령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대령 측은 '항명'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방부는 이종섭 장관이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결재까지 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그 공개와 경찰 이첩을 미루라'고 다시 지시했다고 하지만, 박 대령은 그와 같은 '국방부 장관 지시'를 하달받지 못했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령은 9일 입장문에서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가운데)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왼쪽)(.2023.7.22/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박 대령 측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경찰 이첩 절차를 보류하라'는 취지의 명시적 지시가 있었던 건 수사단 관계자가 2일 당일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넘긴 뒤였다고 주장한다.

그 전까진 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의견을 묻는 정도의 얘기만 했고,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채 상병 사고 건과 관련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지만 이 장관의 지시사항이 아닌 '개인 의견'으로 판단했다는 게 박 대령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박 대령이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결과를 경찰에 넘긴 게 '항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단장 등 '혐의' 적시에 국방부 "인과관계 따져야"… '수사 개입' 논란

해병대 수사단이 최초 작성한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엔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포함해 모두 8명에 부대 관계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법무관리관실에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에 적시된 혐의가 사고 발생과 연관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경찰 이첩 자료에 혐의를 적시할 경우 향후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사실관계만 넣는 게 타당하다'는 등의 의견을 냈고, 이 장관도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 입장에선 이 같은 국방부의 법무 검토 의견을 사실상 '수사 개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국방부가 특정 인물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국방부는 "이 장관은 그런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 깃발. 2021.6.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다만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제기한 군 관계자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선 '인과관계가 적다'는 이유로 해당 혐의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단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도 지난달 30일 박 대령으로부터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 결과를 보고받던 자리에서 '현장에서 수색에 동참했던 초급간부들까지도 죄가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기록상에 혐의를 적시한 8명 중 절반 이상이 초급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국방부 법무 검토 때 '해병대 보고서' 안 봤다… '윗선 개입' 의혹 계속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와 관련한 법무관리실의 법무 검토 결과를 '이첩 보류' 결정의 근거로 삼고 있지만, 실제 법무 검토는 해병대의 조사 결과 보고서 없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에서 지난달 30일 국방부 보고 뒤 조사 보고서를 다시 가져가서 (법무 검토가 진행된) 31일엔 국방부에 보고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를 결재했다가 31일 오전 '이첩 보류' 등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다른 윗선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해병대 수사단에선 지난달 30일 김 사령관의 지시로 언론 브리핑용으로 준비했던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관련 자료를 국가안보실 관계자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같은 '윗선'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9일 이 장관 지시로 채 상병 사고 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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