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동 지대장 분신 사망 100일인데···‘분신방조 보도’ 수사는 제자리걸음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지난 5월22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관 앞에서 양회동 건설노동자 분신 관련 보도 규탄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제3지대장이 ‘건폭몰이’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해 사망한지 오는 10일로 100일이 된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건설노조 간부 분신방조 의혹’ 보도를 수사 중인 경찰은 여전히 폐쇄회로(CC)TV 유출 경위 등과 관련해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1일 양 지대장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경찰 수사의 부당함을 토로하며 분신해 이튿날 숨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16일 분신 전후 상황을 초단위로 분석하며 ‘양 지대장 분신 당시 함께 있던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을 막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독자 제공’이라며 분신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도 함께 실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기사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5월22일 조선일보 기자 2명과 원 장관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불상의 CCTV 제공자도 공무상기밀누설 등 혐의로 같이 고소했다. 건설노조는 “정확한 사실확인도 없이 고인을 모독하고, 살아남은 동료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했다.

경찰 수사는 고소 이후 80여일째 제자리 걸음이다. 경찰은 지난 6월1일 건설노조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했다. 지난 6월19일 브리핑에서는 “CCTV 유출경로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소인 보충조사를 진행했고 면밀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지난달 24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사진의 원본이 춘천지검 강릉지청 민원실 CCTV 영상이라는 사설감정업체의 감정 결과를 공개했다. 강릉지역 노동·시민단체는 지난 2일 강릉지청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강릉경찰서에 고발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CCTV 감정 결과를 공개한 이후에도 새로운 수사 상황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경찰이 시간이 흘러 이슈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해당 사진의 출처가 여권 고위층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선일보 내부 인사로부터 ‘기사를 쓴 최 아무개 기자가 윤석열 정부의 최고위급 정부 인사로부터 자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검찰 CCTV가 보도 출처인 것 인정하느냐”고 묻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로부터 CCTV가 유출된 적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현재 경찰은 강릉경찰서와 강릉지청 근무자 중 CCTV 영상을 갖고 있거나 본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객관적 자료를 분석 중에 있다. 분석을 통해서 정확한 유출 경로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