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해요”...베테랑 세터가 자신한 ‘기묘한 배구’, 시작에 불과하다 [SS현장]

[스포츠서울 | 구미=강예진기자]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포지션 파괴가 만들어낸 기묘한 플레이. 선수 10명으로 대회에 참가했지만, 결과와 과정을 동시에 잡고 있는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가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선수 10명으로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 참가했다.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 차출로 7명이 빠졌기 때문이다. 베테랑 세터 유광우와 한선수,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 리베로 오은렬과 정성민 등을 제외하면 주전으로 볼 수 없는 선수들이지만 이상하고도 재밌는 배구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2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예선 1차전서 우리카드(3-0 승)를 격파한 후 OK금융그룹(3-2 승)까지 꺾으며 순항 중이다. 조별예선 한 경기를 남겨뒀지만, 준결승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사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베테랑 세터 유광우조차 “편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왔다”고 할 정도로 성적보단 ‘즐기는 배구’에 초점을 뒀는데, 결과와 과정을 동시에 잡고 있다.

‘포지션 파괴’로 시작을 알렸다. 대한항공은 임동혁이 A대표팀에 소집됐다. 팀 내 정통 아포짓 스파이커가 없는 상황서 미들블로커 진지위가 자리를 메웠다. 세터 정진혁도 교체로 투입돼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코트 안에 세터 2명이 있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곤 한다.

다채로운 세트 플레이로 방점을 찍는다. 대한항공은 원래도 다양한 패턴 플레이가 강점인 팀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리그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맹활약 중인 이준의 시간차 공격은 물론, 아포짓으로 출전한 진지위와 미들블로커 이수황이 동시에 전위에 위치할 때는 함께 A, B속공을 뜨기도 한다. 포지션 파괴가 만들어 낸 기묘한 플레이였다.

유광우는 “선수생활을 오래 해봤지만 (이번 대회는) 정말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포짓이 있으면 정석대로 하면 되는데,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하면 상대에 말릴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틈바구니를 찾으려고,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선수들이 머리를 싸매면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더 보여줄 플레이가 있냐는 질문에는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토미 감독이 그렇게 만들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주면 선수들도 거기서 변화를 주면서 공유한다. 누구 하나의 생각이 아닌 팀 전체가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미 감독 역시 “배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배구를 보고 누군가가 배구 선수를 꿈꾼다면 그게 승리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우리의 배구를 보고 즐거워한다면 정말 행복한 부분”이라고 미소 지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섬은 없다. 유광우는 “득점이 나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비시즌 때 준비했던 것들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 가용 인원이 적지만, 가볼 수 있는 곳까지 가고 싶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재밌는 배구를 보여주면서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