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② "층간소음에 강하다?"…무량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서미숙 2023. 8. 9. 1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거동 아파트 통상 2∼4개가 기둥, 전단보강근 안쓴 경우 많아
건설업계 "무량판 복합구조 슬래브 두께·층간소음, 벽식과 비슷"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무량판 구조 아파트 주거동의 경우 벽식과 무량판 혼합 구조가 많이 적용됐다. 이때 전용면적 85㎡ 이하에는 통상 세대 내에 2∼3개,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3∼4개 이상의 기둥이 설치된다.

무량판 복합구조로 시공 중인 서울의 한 전용면적 95㎡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시공사 확인 결과 내부에 4개의 기둥이 들어갔다.

그러나 모든 무량판 복합구조에 전단보강근이 시공되진 않는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에 대해 문답으로 풀어봤다.

무량판 복합구조가 적용된 서울의 한 아파트 37평형 도면. 네모친 부분의 검은 구조체가 기둥이다. [편집 서미숙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지하주차장처럼 주거동 기둥에도 반드시 전단보강근을 써야 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무량판 복합구조에서는 기둥이 하중을 얼마나 받느냐를 먼저 따진다. 슬래브 두께와 내력벽의 하중, 콘크리트 강도 등에 대한 구조계산을 진행해 기둥이 하중을 많이 받게 되면 슬래브와 기둥 접합부에 전단보강근을 설치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보강근을 쓰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상형 아파트는 외벽, 세대 간 벽, 내부 벽과 엘리베이터·계단실이 있는 코어 부분이 하중을 고루 분산한다"며 "세대 내부에 기둥이 2∼3개 있더라도 지하주차장처럼 슬래브만 노출되는 부분이 길지 않고, 주차장만큼 큰 하중도 받지 않아 전단보강근을 안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가 모두 거실 창이나 발코니로 둘러싸인 타워형의 주상복합아파트나 초고층 아파트는 판상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둥이 많이 쓰여 철근 등 별도의 전단보강이 필요하다.

지하주차장은 완전 무량판 구조여서 철근 보강이 필수다. 연필(기둥) 위에 종이(슬래브)를 연상하면 쉽다.

'종이'가 화단(흙)·차량 등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면 '연필'에 뚫려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연필'이 뚫리지 않게 서로 맞닿는 부위에 별도 보강 시공이 필요하다.

LH가 쓰는 방식은 비용 절감을 위한 재래식이다. 현장에서 슬래브와 기둥이 맞닿는 부위의 철근에 작업자가 일일이 'ㄷ자' 형상의 보강 철근을 배근해줘야 한다. 인력도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이번 사고처럼 보강근이 누락되기도 쉽다.

LH의 슬래브와 기둥 접합부위 전단보강근 시공 모습. 작업자가 ㄷ자형의 보강근을 일일히 배근해야 한다. [LH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민간 건설사들은 LH보다는 개선된 방법을 쓴다. 각사마다 보강 방식도 다르다.

A건설사는 표준화된 고강도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기둥을 공장에서 제작해 설치하고, 전단보강근 역시 삼각형 트러스(TRUSS) 형태로 사전 제작해와 슬래브와 기둥 접합 부위의 철근에 끼워넣기만 하면 되도록 하고 있다. 시공상의 오류를 줄이고 공기를 단축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B건설사는 슬래브와 기둥 접합 부위에 전단보강근 대신 800mm 두께의 보강 패널(드롭패널)을 설치해 하중을 잡아준다.

민간 건설사의 트러스 형태 전단보강근 시공 모습 [A건설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량판 구조는 슬래브가 두껍고 층간소음에 강하다?

일반적으로 무량판 구조는 소음이 슬래브에서 기둥을 타고 내려와 벽으로 소음이 전해지는 벽식 구조에 비해 층간소음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일단 국내 아파트에 적용하는 벽식 구조의 슬래브는 규정상 두께가 21cm로 정해져 있는데, 현재 무량판 복합구조의 슬래브 두께도 대부분 벽식과 같은 수준으로 시공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완전 무량판 구조는 슬래브 두께를 25cm 이상으로 높이기도 하지만 복합 구조의 슬래브 두께는 벽식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기둥이 소음을 흡수한다는 이론에 대해서도 고개를 젓는다.

한 대형 건설사의 기술연구원은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사내 기술연구소에서 무량판 복합구조의 슬래브를 30cm로 높여 테스트도 해봤지만 벽식 구조에 비해 소음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라멘 구조처럼 바닥에 보가 설치되지 않는 한 벽식이나 무량판 모두 층간소음에선 불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무량판의 장점은 내부 구조 변경이 벽식보다 용이하다는 것이지, 층간소음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벽식과 라멘구조가 혼합된 잠실 롯데월드타워 [롯데물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르즈 할리파'도 무량판 공법이라 안전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두바이의 세계 최고(最高) 건축물인 '부르즈 할리파'(163층, 828m)가 무량판 구조여서, 아파트 주거동의 무량판도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건축 전문가들은 부르즈 할리파는 무량판 복합구조지만, 사실상 벽식 구조에 가깝다고 말한다.

부르즈 할리파의 경우 커다란 중앙 코어를 중심으로 3갈래로 동이 뻗어져 나가는데 건물 끝자락에 전망을 위해 벽 대신 기둥을 4개씩 설치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벽식으로 시공됐다.

한 건축 전문가는 "부르즈 할리파와 같은 초고층 건물은 무량판 구조로 강한 바람과 지진을 버텨낼 수 없다"며 "바람에 강한 벽식 구조가 안전한 공법"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 최고층 빌딩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는 코어 부분은 철근콘크리트 벽체, 나머지는 철골보와 철근콘크리트 기둥의 라멘 구조 혼합으로 시공됐다.

[그래픽] 아파트 바닥구조 비교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sms@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