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석, 다저스와 속전속결 계약 의미… 2년 연속 최대어 미국행, 류현진 뒤이을 선수 나오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 신인드래프트는 2년 연속 ‘메이저리그 변수’와 싸웠다. 지난해에는 최대어로 뽑힌 덕수고 우완 심준석, 올해는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최대어인 마산 용마고 우완 장현석의 결정을 놓고 꽤 시끌벅적한 상황이 이어졌다.
두 선수의 KBO 드래프트 참가 여부에 따라 상위 라운드 지명 판도가 달라질 수 있었던 까닭이다. 두 선수 모두 지명이 열리는 해 초반까지는 거취를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결국 두 선수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결정했다. 심준석은 피츠버그와, 장현석은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빅리그를 향한 여정에 돌입했다.
장현석의 소속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마산 용마고등학교 투수 장현석이 오늘(8일)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계약금 90만 달러(약 11억80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 공식 발표했다. 최근 KBO 신인드래프트에 나가지 않는 대신 메이저리그 도전을 하겠다고 선언했던 장현석은 오랜 기간 자신을 지켜보고 관심을 드러냈던 다저스의 손을 잡았다.
다저스 외에도 장현석 영입에 관심이 있었던 구단은 제법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치열한 영입전이었다. 건장한 체격을 갖춘 장현석은 최고 시속 157㎞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고,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 또 최근 배우기 시작한 스위퍼까지 다양한 결정구를 자랑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기량은 물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 KBO 구단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오래 추적했던 특급 유망주다.
장현석은 “다저스라는 명문 구단에 입단하게 되어 영광이다”며 “저를 선택해주신 만큼 열심히 노력하여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저스 입단이 결정된 만큼 올해 남은 마지막 전국단위 고교야구대회인 봉황대기 출전은 하지 않고 오는 9월 말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 및 다저스 입단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스카우트 노하우에 있어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다저스의 선택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다저스 팜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성공 사례도 제법 많다. 앤드루 프리드먼 현 야구 부문 사장이 팀에 합류한 뒤 팜 시스템 개선에도 열을 올려 매년 팜 순위에서도 평균 이상에 랭크되고 있다. 그런 다저스가 장현석을 점찍은 건, 장현석의 기량이 메이저리그 전반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속전속결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국제 계약 보너스풀이 초기화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 사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탓이다. 다저스는 최근 유망주인 올드린 바티스타와 막시모 마르티네스를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하면서 대신 보너스풀을 받아왔다. 장현석과 계약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는데 실제 그랬다. 다저스는 다른 팀들의 보너스풀이 모자란 상황에서 90만 달러를 확보해 이를 아낌없이 장현석에게 투자했다.
장현석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신변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마이너리그 생활에 돌입할 전망이다. 처음에는 구단 훈련 시설에서 적응을 한 뒤 루키리그 팀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루키리그를 졸업하고 하위 싱글A 무대에 승격한다면 그 자체로도 순조로운 발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1년 먼저 피츠버그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심준석과 경쟁 구도, 혹은 연합 구도도 흥미로워졌다. 심준석 역시 최고 150㎞대 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이라는 점에서 장현석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패스트볼 구위 하나만 놓고 보면 심준석이 우위라는 평가가 나오고, 대신 장현석은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능력치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두 선수의 전체적 가능성의 그릇은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찬호(LA 다저스)의 성공 이후 한동안 고교 야구를 대표하는 특급 재능들이 죄다 태평양을 건너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다만 성공과 실패 케이스가 명확하게 갈렸고, 점차 후자가 많아지면서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투수들 자체가 줄었다. 실제 최근에는 “KBO리그에서 성공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그런 흐름에서 심준석과 장현석의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유출은 물줄기를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
근래 들어 코리안 메이거리거의 역사는 투수보다는 야수 위주로 돌아갔다. 선발 투수로 활약한 선수는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정도가 전부고, 3년 이상 뛴 선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하지만 심준석 장현석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면서 류현진이 한국 복귀를 생각할 2025년 이후 새로운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당당히 활약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류현진의 후계자가 나올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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