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북한산성 전문 사진작가, 12년 간 '11만 컷' 사진에 담았다
첫 사진집 ‘삼각산의 요새 북한산성’ 한국사진문화상 출판상 수상
북한산은 경기도 3개 시와 서울시 6개 구에 걸쳐 있다. 전체 면적의 21%가 고양특례시 행정구역이다. 단일 기초지자체로는 가장 넓게 북한산을 품고 있다.
북한산은 고려 초부터 18세기까지 삼각산으로 불렸다. 삼각은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이다. 세 봉우리 모두 고양시에 속한다.
지난해 12월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됐다. 북한산성은 한반도에서 수도방어시설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북한산성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작가는 딱 한 명이다. 그가 고양시에 산다.
12년 동안 오백 번 넘게 북한산에 올라 11만컷 넘는 사진을 찍으며 북한산성에 천착한 이재용 작가(64)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산성 전문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11.6㎞에 이르는 북한산성의 안쪽과 바깥쪽을 빠짐없이 모두 촬영했다. 12년의 기록 중 235장의 사진을 담아 펴낸 첫 사진집 ‘삼각산의 요새 북한산성’은 지난 6월 제61회 한국사진문화상 출판상을 수상했다.
사진집이자 북한산성에 대한 역사·문화 해설서다. 글도 직접 썼다. 경기문화재단은 그의 사진집을 북한산성의 숨은 가치를 조명한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왜 하필 북한산성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 오십에 시작한 취미생활이 사진 찍기였습니다. 6개월 동안 배우고 나서 촬영 주제를 정해야 하는 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평소처럼 북한산에 올라 산성 위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손에 돌의 촉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이거다 싶었죠.”
그는 2010년 1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산성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북한산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북한산성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북한산성은 숙종이 즉위한 지 37년째 되던 1711년 4월에 공사를 시작해 6개월 만에 완성한 산성입니다. 물론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7년 동안 축성기술을 치밀하게 연구했죠. 북한산성은 다른 산성처럼 돌을 벽돌식으로 쌓지 않고 퍼즐조작처럼 끼워 맞춰 쌓아 대포를 맞아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북한산성은 낮은 곳은 1m, 높은 곳은 7~8m에 이른다. 이 작가는 북한산성을 느끼기 가장 좋은 곳으로 원효봉 능선의 서암문과 수문터 사이 구간을 추천했다.
다들 북한산 풍경을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때 그는 로프에 의지해 북한산성의 돌 하나하나를 앵글에 담았다. 풍경은 뒤로한 채 돌담만 찍는 그를 본 등산객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아침 햇살이 비친 북한산성을 찍기 위해 겨울에도 새벽에 산을 올랐다. 아침 햇살이 피사체에 가장 조화로운 빛을 주기 때문이다.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항상 혼자 오른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더 좋은 작품을 찍을 욕심에 한 발짝만 더 뒤로 물러섰다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경험으로 터득한 그의 철칙은 ‘사진 찍을 때 한 발을 (뒤가 아니라) 앞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디지털카메라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11만 컷을 찍는 게 불가능했을 겁니다. 필름값을 대려면 집을 팔아야 했을 테니까요.”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아내는 주말마다 새벽에 혼자 북한산에 오르는 그를 말리다 포기하고 보험을 하나 더 가입했다. 그는 상을 받았을 때보다 사진집이 나오기 전 교정본을 본 아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가 더 행복했다고 말했다.
북한산을 함께 오르며 자란 딸은 이제 북한산이 마주 보이는 교정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 딸은 아빠에게 청소년을 위한 북한산성 사진집을 만들라는 특명을 내렸다.
다음 작품 계획을 물었다.
“북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에 맞춰 2026년쯤 북한산성 두 번째 사진집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사진과 함께 북한산성의 시초인 백제 온조 이야기부터 풀어내고 싶습니다.”
이 작가의 마지막 말은 울림이 컸다.
“고양특례시는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지입니다. 미래를 위한 발전도 좋지만 역사 속에 담긴 이야기가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인문학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합니다.”
그는 북한산성 돌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사람이 보이고 마을이 보이고 역사가 보인다고 했다.
신진욱 기자 jwshi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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