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식' FA컵은 그만…협회, 인천‧전북과 논의 속 '공평한' 일정 조율 필수

박지원 기자 2023. 8. 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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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박지원 기자= FA컵 4강전 인천 유나이티드 대 전북 현대 일정은 반드시 논의와 합의 속에 이뤄져야 한다.

기존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는 리그(8월 6일)와 FA컵 4강전(8월 9일)까지 2연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장소는 전북 홈경기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같았다. K리그1은 그대로 진행됐는데, 그에 앞서 전북 구단의 공식발표가 나왔다. 전북은 6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K팝 공연행사 및 폐영식이 오는 11일(금)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다음 주 진행 예정이었던 홈 2경기(FA컵 인천전, 리그 수원전)에 대한 일정이 변경될 예정입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인천의 계획이 모두 물거품 됐다. 인천은 선수단과 스태프를 포함해 40명의 인원이 일찌감치 전주로 내려가 리그와 FA컵 일정을 대비했다. FA컵 일정까지 이어지는 숙소도 모두 구비한 상황이었는데, 취소하고 인천으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7일, 인천은 구단 채널을 통해 "8월 9일 수요일 저녁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되어 있던 전북 현대와의 2023 하나원큐 FA컵 준결승전이 연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정확한 일정은 추후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금일 정오(12:00)경 협회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경기 일정 변경에 대한 공문을 전달받아 전주에서 대기 중이던 선수단은 전원 철수하였습니다. 우리 구단은 FA컵 준결승전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으나 일방적으로 일정이 변경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팬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알렸다.

인천의 공식 발표에 있어 눈길이 간 것은 "협회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경기 일정 변경에 대한 공문을 전달받아 전주에서 대기 중이던 선수단은 전원 철수하였습니다. 우리 구단은 FA컵 준결승전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으나 일방적으로 일정이 변경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였다. '일방적으로'라는 표현이 두 번이나 나왔다.

결과적으로 잼버리 K-POP 콘서트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최가 확정되면서 인천과 전북의 FA컵 4강 일정만 무기한으로 연기된 상태가 됐다.

#일방적인 일정 변경…'아쉬움만 가득' 협회의 일 처리

파악된 타임라인은 '1) 일요일(8월 6일) 오후 2시 40분 : 협회 전화 문의 - 인천축구전용경기장 홈경기 개최 가능 여부 2) 일요일 오후 4시 40분경 : 인천 구단 회신 - 인천축구전용경기장 홈경기 개최 가능 3)일요일 오후 11시 : 전북 구단의 제3구장(대전) 동의 여부 공문 발송 4) 월요일(8월 7일) 오전 : 인천 구단 동의 회신 5) 월요일 정오(12:00) : 협회 일방적 통보성 공문' 순이다.

인천과 전북의 리그 경기는 6일 오후 7시에 열렸다. 이에 앞서 2시 40분경에 협회가 인천 구단에 홈경기 개최 가능 여부를 물었고, 2시간 뒤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그런데 이후 협회에선 돌연 경기 일정이 변경될 것이라는 통보를 했다. 8월 29일과 30일 중으로 결정 날 것이라 했다. 이에 인천 구단은 일정 변경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는 한편, 전북 구단으로부터는 제3구장 진행에 대한 연락을 받았고, 이후 오후 11시경 전북 구단에 제3구장 진행 동의 여부 공문을 받았다. 인천은 당초 규정을 따르자는 입장이었으나, 국가적 행사라는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 날 오전 제3구장 진행 동의 회신을 보냈다. 일정 변경보다는 장소를 옮겨서라도 진행하길 원했다.

그런데 7일 정오, 인천 구단은 협회로부터 '일정 변경'에 대한 공문을 받았다. 공문을 받기 불과 몇 분 전, 인천 구단이 선수단 이동 등을 결정하고자 협회 측에 연락하여 제3구장에서 최종적으로 진행되는 건지 묻자, 협회는 돌연 일정이 변경될 것이라고 통보한 것이다. 해당 공문에는 "많은 팬의 관람을 위해서 협조해달라"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가장 논란되고 있는 '제15조 경기 장소의 결정' 관련 규정에 대한 내용 설명은 전혀 없었고, 제3구장 진행을 준비했던 인천 입장에선 논의조차 없이 경기가 연기되어 버렸다.

해당 과정들에 있어 '소통'이 됐다고 볼 수 있는 면은 전혀 없다.

#문제는 계속…연기 일정만큼은 제대로 '공평하게'

협회는 8일, 공식 채널을 통해 "대한축구협회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북과 인천의 FA컵 준결승은 연기하기로 하였으며, 일정은 협회와 양 구단이 협의하여 추후 공지할 예정입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의 K-POP 콘서트 개최 이슈 건으로 당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발생함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대회 규정 등을 검토, 지난 7일 낮 12시경 경기일정을 연기하기로 하고 양 구단에 공문으로 통지했습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와 관련된 변수로 경기 참관을 계획했던 축구팬, 홈경기 및 원정경기를 준비하는 양 구단 등 모두가 일정과 준비에 차질을 빚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고 작성했다.

해당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8일 오전. 빠른 스케줄 조율이 필요하기에 공식 발표가 나온 당일부터 논의가 진행되어야 함이 옳다. 100% 확정 짓진 못하더라도, 인천과 전북 구단에 연락을 취해 대략적인 흐름이라도 잡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뤄지지 않았다.

협회는 그렇다면 어떤 날짜로 고를까. 현재 예상되는 날짜는 8월 29일~30일, 9월 A매치 휴식기 등이다. 그런데 언급된 날짜들은 인천 구단과 전북 구단 모두에게 불가능하다. 먼저 인천은 13일 대구FC전을 시작으로 18일 광주FC, 22일 ACL 플레이오프, 25일 수원FC, 9월 2일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임한다. 예상되는 8월 29~30일은 체력적으로 너무나도 잔인하다.

전북은 9월 A매치 휴식기에 대표팀 차출 인원이 많기에 마찬가지로 힘들다. A대표팀과 더불어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빠지면 피해가 막심하다. 해당 선수들 모두 전북에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는 만큼 허용할 수 없을 것이다.

협회의 몫이다. 인천과 전북이 모두 끄덕일 수 있는 일정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 있어 누구도 절대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인천, 전북, 협회가 삼자대면해서 합리적인 결과물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공평하게 말이다.

이번 경기는 대한민국 최상위 컵대회 FA컵 4강전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전북현대 SNS, 인천유나이티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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