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거리에 경찰 순찰만…‘흉기 난동’ 신림역 상권 여전히 뒤숭숭
“살인 예고글 차단 등 처벌 강화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목소리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상권에서 20년 동안 고깃집을 운영해온 이정실씨(75)는 최근 유리창 밖 행인들을 관찰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지난달 21일 가게 앞에서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고 온라인에 살인예고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온 뒤로는 사람들이 손에 무얼 들고 있는지 신경쓰인다고 했다.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0일이 지났지만 트라우마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씨를 안심시켜주는 것은 가게 앞 삼거리에 두세 명씩 순찰을 다니는 경찰이다. 지난 8일 오후 신림동 가게에서 만난 이씨는 “경찰들이 그냥 서 있는 게 아니라 다니는 사람들한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아 안심된다”면서 “영업 매출이 사건 전보다 30% 정도 줄어 걱정이지만 내 장사 욕심보다는 시민 안전이 중요하니 하루빨리 치안이 정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관악경찰서는 오후 8시부터 약 30분간 신림역 일대에서 구청 및 상인회 등과 합동순찰을 했다. 신림역 순대타운에 모인 경찰, 모범운전자회 회원, 구의원, 구청 직원 등 70여명은 ‘안전을 위협하는 허위글, 명백한 범죄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과 손팻말을 손에 들고 약 460m 거리를 걸으면서 “안전 관악”을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신림역 사건 때문인가보다”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지역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려는 모습에 시민들의 응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신림동에서 2년째 살고 있다는 전우석씨(26)는 “사건 이후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버릇이 생기고, 호신용품까지 구입할 정도로 무서움이 컸는데 경찰만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면서 “마음 같아선 경찰분들이 꾸준히 계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민영 관악서장은 “신림역 사건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찰나 서현역 사건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민과 상인들의 목소리가 나왔다”면서 “경찰력을 배치해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합동순찰을 통해 우리 지역이 안전하다고 선포하고자 한다”고 했다.
보여주기식 순찰보다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합동순찰 현장을 지나던 직장인 이효빈씨(34)는 “허위 살인 예고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어차피 집에 있어서 이런 캠페인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며 “(합동순찰이) 이곳 주민들에게 마음의 위로는 되겠지만, 통신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살인 예고글을 차단해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상인들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A씨는 “사건 이후로 일대가 한산하고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면서 “경찰을 보면 안정이 되면서도 손님들이 사건을 더욱 상기하게 될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에 살아 두 사건의 여파를 모두 경험하고 있다는 A씨는 “하루 빨리 상황이 정리돼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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