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극복’ 표현에... 인권위 “편견 부를 소지, 개선해야”
“장애를 극복해 다른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장애인.”
대구시는 지난 2월 ‘제9회 장애인대상’ 수상 후보자를 공모하며 이런 표현을 썼다. 공고문에는 ‘장애를 극복하고 자립해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장애인 당사자’라고 적혔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를 극복한다’는 표현은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 표명을 했다.
9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대구시 공문에서 사용된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포함한 용어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 진정을 접수했다.
대구시는 2015년부터 매년 장애 극복과 장애 봉사를 통해 지역의 장애인 복지증진에 기여한 시민에게 상을 수여했다. 대상은 ▲장애 극복 부문 ▲장애 봉사 부문 총 2개 부문 각 1명씩이다. 올해에도 이 행사를 열었고,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사용됐다.
대구시 외에도 중앙 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관련 공문에서 ‘장애의 역경을 극복하거나’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 같은 표현이 장애를 질병이나 일시적 시련처럼 헤쳐 나갈 수 있는 대상으로 오인하도록 한다며 진정을 냈다.
국가인권위는 이 진정과 관련해 이달 초 결정문을 통해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하여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장애 극복’ 표현에 대한 개선이 인권 보장과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제도적 장벽에 있음에도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될 수 있고, 자칫 장애인에게 사회적 참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사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피진정인(대구시)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의도를 가지고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고, 그동안 행정기관과 법령 등에서 사용된 표현 및 용법을 따른 것인 점 등을 볼 때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진정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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