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흉악범죄에 '정당방위' 관심..."몸 지킬 정도만"

흉악 범죄 잇따르자 '정당방위' 관심 상승
'정당방위' 검색량, 평소의 2배 수준으로 늘어
흉기 든 살인범과 격투 끝 범인 살해, '정당방위'
상대방 공격 그치면 그 이상 대응도 멈춰야

[앵커]

서울 신림동과 경기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나 자신을 지키는 행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즉, '정당방위'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정당방위'의 조건과 관련 사례까지, 윤태인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기자]

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호신술이나 호신용품과 더불어 관심이 폭증한 단어, 바로 '정당방위'입니다.

포털 사이트 검색량이 평소의 2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시민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 출동 전에 스스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형법은 현재 부당한 침해를 받고 있을 때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정당방위'를 규정합니다.

공격을 당했을 때 방어하는 행동이 불법에 해당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정당방위 사례는 지난 2015년 군인이 남의 집에 들어가 여성을 살해한 뒤, 피해자의 예비신랑과 몸싸움을 벌이다 흉기를 빼앗기며 자신도 숨진 서울 공릉동 살인 사건입니다.

당시 경찰은 살인범을 숨지게 한 행위를 두고 긴박한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택할 시간이 없었다며 정당방위로 결론 내렸고, 검찰의 판단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고된 위험을 대비한다거나, 누군가 나를 때렸다고 상대방을 방어 목적 이상으로 폭행하면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재작년 행인이 뒤에서 경적을 울린 차량 운전자와 시비가 붙어 폭행당하자, 밀치며 저항한 것과 관련해, 법원은 방어 행위를 넘어선 거라며 정당방위로 보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1992년에는 수년 동안 계부에게 성폭행당한 여성이 계부를 살해한 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미래의 위험에 대비한 거라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 탓에 법조인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 수준을 넘어, 상대방이 공격을 멈췄는데도 반격을 이어가면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신민영 / 변호사 : 하나만 머리에 넣어둔다면 '방어'다. 방어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공격 의사가 있으면 안 된다. 이것만 기억하시면 현실적인 행동 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긴박한 순간에 정당방위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YTN 윤태인입니다.

촬영기자 : 이승주

그래픽 : 우희석

YTN 윤태인 (ytae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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