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사태 재현될라…태풍 '카눈' 상륙에 기업들 '비상체제 가동' 초긴장

김은경 2023. 8. 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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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침수 포스코, 차수벽 설치로 ‘원천봉쇄’
바다 인접 조선소, 선박 로프로 묶고 피항조치
정유·석화, 배수로 점검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전자업계 ‘정전’ 대비…자동차 안전 구역 대피

[이데일리 김은경 이다원 조민정 기자]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기업들이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나섰다. 침수 예방 작업을 진행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철강업계를 비롯해 태풍 상륙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해안 인접 지역에 주요 생산시설을 둔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며 만반의 준비에 돌입했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은 10일 오전 남해안에 상륙한 뒤 한반도 정중앙을 관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경로대로면 한반도가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하다.

먼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로 주요 산업·에너지 시설 관련 공공기관장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대응에 나서 이유다. 회의에선 기관별 비상대응 체계, 취약시설 점검 현황, 긴급 복구 계획 등 태풍 대비 현황을 점검했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포항공장을 방문해 태풍 대비 현황을 긴급 점검하기도 했다.

포스코 경북 포항제철소에 설치된 차수벽.(사진=포스코)
철강업계, ‘힌남노’ 악몽 재현 원천 차단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제철소가 잠기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던 포스코는 자연 재난 대응 매뉴얼을 보완해 ‘업무연속계획(BCP)’을 수립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다. 경보발령 기준을 기존 2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가장 높은 단계인 초재난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인 김학동 부회장이 전사 차원에서 운영하는 자연 재난 대응본부 운영을 총괄하기로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폭우로 범람해 제철소를 덮쳤던 냉천과 오어지, 형산강 수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포스코는 제철소 침수 방지를 위해 올해 5월 차수벽 설치를 완료했으며 6월 냉천 제방을 보강했다. 공장과 건물 지하 등 저지대에는 차수판을 설치해 재난 원천 차단에 나섰다.

광양제철소는 호우 시 침수에 대비해 핵심 설비와 빗물 유입이 예상되는 지역에 0.5~1m 높이의 차수벽과 차수판을 설치했다. 현대제철은 태풍에 대비해 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침수와 토사 유출 예방을 위해 배수로를 점검하고 수중펌프와 모래주머니 등 풍수해 대비 자재를 현장에 비치했다.

조선업계는 바다와 인접해 있고 골리앗 크레인 등 각종 철제 구조물이 많아 풍랑에 큰 영향을 받는다. HD현대중공업은 태풍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 파악하는 동시에 총 4단계의 태풍 위험등급 중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전사 태풍 비상대책위원회와 태풍 상황실을 운영하며 피해 최소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또 위험물질을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고 군함 2척을 포함, 총 7척의 선박을 피항 조치했다. 이와 관련, 한영석 부회장과 이상균 사장은 휴가 중인 지난 7일 전사 태풍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강풍과 호우에 따른 대비 상황을 점검하는 등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앞서 HD현대의 권오갑 회장과 정기선 사장은 직접 태풍 대비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태풍에 대비해 울산조선소를 찾은 정기선(오른쪽) HD현대 사장.(사진=HD현대 인스타그램)
위험 지역 통행 제한…직원 대피 조치도

삼성중공업도 조선소 안벽에 계류 중인 선박 고정 로프를 보강하고 터그선 13척을 비상 대기시켰다. 크레인은 고박·고정 조치를 취했으며 집중호우에 대비해 배수구를 정리하는 등 예방 작업을 진행했다. 옥외작업장 비산물을 고박하고 태풍 영향권 시 강도에 따라 전 야드 출입을 금지하는 등 안전조치로 태풍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장치산업으로 설비 침수 시 큰 피해가 불가피한 정유·석유화학업계도 대응에 분주하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는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기온 하강에 대비해 공정 가동에 필요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평소보다 많은 스팀(증기)을 여유용량으로 미리 확보했다. 충북 증평에 공장을 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4시간 모니터링으로 공장 상황을 실시간 확인하고 있다. LG화학은 강풍과 폭우가 예상됨에 따라 공장별 점검을 실시하고 자연재해 관련 비상 대응 매뉴얼을 구축해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안전 구역으로 차량을 대피시키는 등 침수 피해 예방에 나섰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차량 침수에 대비해 사내 안전 구역으로 차량 5000대를 이동했으며 공장 내 누수 취약 부분을 관리하고 내부 배수로와 맨홀을 점검했다. 기아차 역시 관련 매뉴얼에 따라 태풍 피해 예방에 나설 방침이다.

태풍으로 인한 정전 발생 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전자 및 반도체업계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취약 시설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막힌 배수로를 확인하는 한편 24시간 대응 체제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도 상시 가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비상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기 선로 지점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다른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게 하는 ‘자동 절체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1초라도 멈추게 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며 “정전에 대응하기 위해 2개의 변전소를 운영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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