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라고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쫄깃한 좀비들의 세계('좀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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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좀비들이 창궐한 세상, 달려드는 좀비들 속에서 출연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심지어 욕을 한다.
좀비라는 세계관을 던져 놓고 서로가 그 룰을 인지하고 있다는 걸 전제한 후, 예고 없이 출연자들에게 펼쳐지는 미션 상황은 처음에는 그 살벌함에 당황하지만 차츰 적응해 현실을 파악한 후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들로 채워진다.
예능판이라고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쫄깃한 좀비들의 세계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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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좀비들이 창궐한 세상, 달려드는 좀비들 속에서 출연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심지어 욕을 한다. 누군가는 힘으로 좀비들과 맞서고, 누군가는 빠르게 좀비들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 물론 자기만 살겠다고 동료를 좀비들에게 던져 놓고 도망치는 이도 있고, 정반대로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동료를 구하러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좀비에게 물리는 이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좀비버스>는 이처럼 마치 K좀비물 속 실제상황에 들어온 것 같은 광경들을 펼쳐놓는다. 박진경 CP가 제작발표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좀비 배우와 미술, 분장팀이 이미 구축해놓은 K좀비의 인프라는 가상의 세계관이지만 진짜 같은 실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홍대 부근에서 방송 촬영 중 갑자기 돌변한 한 여성이 남성을 물어뜯는 그 첫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물어뜯은 목에서 피가 실감나게 솟구쳐 오르고, 방송을 하며 농담을 주고받다 심상찮은 상황에 혼비백산한 노홍철, 박나래, 이시영, 딘딘, 츠키 등 출연자의 모습은 어느 정도 준비는 했겠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스케일의 대혼돈에 찐 리액션들이 터져 나온다.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를 찾아가지만, 좀비들이 걸어 다니는 그곳에서 기름을 넣는 일도 호락호락하지 않고, 좀비들은 너무나 빨리 진화한다. 처음에는 느릿느릿 걷다가 빠르게 돌진하기 시작하고, 처음에는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소리에만 반응하다가 차츰 시각에도 반응한다. 출연자들은 좀비들의 이런 특징들을 이용해 겨우겨우 기름을 채우고 도망치는데,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물론 예능적인 리액션을 더한 것이겠지만, 출연자들은 저마다 상황에 몰입하면서도 자신들의 캐릭터를 꺼내 놓으며 그 긴장 속에서 쿡쿡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무한이기주의'를 보여주는 노홍철은 "인간성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제작발표회에서의 말이 실감나는 이기적 행동들과 얄미운 말들을 그 긴박한 상황에도 여지없이 던져 화를 돋우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이기주의에 다른 출연자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에 대한 욕구와 위기에 처한 타인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때론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는 덱스 같은 인물도 있지만,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있는데 전자가 K좀비물의 액션 서사 같은 묘미를 준다면, 후자는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어낸다. 또한 공포감을 있는 그대로 찐 리액션으로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이를 예능적인 방식으로 풀어내 웃음으로 전화시키는 모습은, <무한도전>을 통해 잔뼈가 굵은 노홍철이 전면에서 이끌고 나간다.
게임적인 요소들을 가미해 주유소, 마트, 주차장 같은 여러 미션 상황들을 제시하고 그걸 출연자들이 협력해 풀어나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좀비라는 세계관을 던져 놓고 서로가 그 룰을 인지하고 있다는 걸 전제한 후, 예고 없이 출연자들에게 펼쳐지는 미션 상황은 처음에는 그 살벌함에 당황하지만 차츰 적응해 현실을 파악한 후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들로 채워진다. 그 과정에서 공포와 웃음 나아가 감동적인 장면들도 빠지지 않는다.
예능판이어서 공포의 긴장감을 탁 풀어놓는 순간의 웃음이 더해지기 마련이지만, 실감나는 스릴과 속도감은 역시 K좀비라는 지칭이 어색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빠른 전개와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흥미진진하다. 물려서 좀비가 된 동료를 함께 데리고 다녀야 하는가 아니면 버려야 하는가 하는 갈등 상황 또한 스토리를 더 쫄깃하게 만든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좀비들의 세계가 되어 버린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까. 예능판이라고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쫄깃한 좀비들의 세계가 그려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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