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못 쉬는 고도 400km 국제우주정거장 왜?
난연제·의류 등에서 화학물질 나와
암 유발할 수 있는 성분까지 확인
향후 우주 기지 설계·건설에 반영
지구 표면에서 약 400㎞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내 공기가 각종 화학물질에 오염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달 궤도에 또 다른 우주정거장을 짓고, 월면에는 상주 기지도 건설할 예정이다. 향후 인간이 거주할 우주 시설물 내에서 공기 질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버밍엄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들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지난 8일(미국시간) ISS의 공기 여과 시스템에서 수집한 먼지를 분석한 결과, 인간에게 해로울 가능성이 큰 각종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 회보’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의 분석 대상이 된 ISS는 미국을 주축으로 세계 16개국이 참여한 범국가 우주 프로젝트의 결과다. 고도 약 400㎞ 상공에 떠 있는 ISS는 길이가 108m에 이른다. 인류가 만들어 우주에 띄운 물체 가운데 가장 크다.
ISS 안에는 각종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우주비행사들의 거주 시설이 있다. 승무원 6명이 수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고, 하루에 16회 지구를 공전한다.
연구진 분석 결과, 이런 ISS의 공기가 오염돼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검출된 화학물질의 종류는 다양했다. 확인된 물질 가운데 ‘브롬화 난연제(BFRs)’와 ‘유기인산 에스테르(OPEs)’는 전기·전자 장비, 건물 단열재 등에 사용된다. ‘과불화합물(PFAS)’은 의류용 세제 등의 성분이다.
특히 다환 방향족탄화수소(PAH)는 탄화수소가 함유된 연료가 타는 과정에서 배출되는데, PAH 종류 중 일부는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외에도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BDEs)’, ‘헥사브로모시클로도데칸(HBCDD)’,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PCBs) 등이 ISS 공기에서 검출됐다.
이런 오염 물질이 ISS 내 공기에 떠다닌 데에는 이유가 있다. ISS 내부에 장착된 난연성 장비와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하는 카메라, 컴퓨터, 의류 등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ISS에 장착된 공기 정화기의 주된 기능은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데 있기 때문에 이런 물질까지는 거르지 못했다.
다만 연구진은 ISS에 머무는 우주비행사들이 당장 심각한 건강 이상을 겪을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오염 물질의 농도가 미국과 서유럽 가정 내에서 측정되는 평균적인 수치보다는 높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지구 전역에서 확인되는 농도의 범위 안에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미래의 우주정거장 또는 기지에서 공기가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설계·건설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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