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롤스로이스’ 20대 “체내 약물 7종”…구속 기로

경찰이 서울 강남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인도로 몰아 길을 걷던 여성에게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의자는 사고 당일 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롤스로이스 차량 운전자 신모(28)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물운전)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7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신씨의 몸에서 케타민을 포함한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별도 행적 조사를 통해 신씨가 범행 당일 한 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의약품 2종을 투약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구속 후 약물 등에 대해 추가 수사해 검찰로 송치할 방침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강남경찰서 제공

신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10분쯤 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인도로 몰며 길을 걷던 20대 여성 A씨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고로 피해 여성은 양쪽 다리가 골절되고 복부와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중고차 매매업자로, 사고 차량인 롤스로이스는 신씨가 일하는 중고차 매매업장 사업주의 리스 차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신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31일 수술을 받았고 의사에게 케타민을 처방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병원으로부터 케타민 처방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이튿날 신씨를 석방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가 의사 소견서를 가져오겠다고 해서 석방했다”며 “경찰은 별도로 국과수 검사, 행적 조사 등을 통해 증거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케타민은 마취제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통증 경감·환각 작용 등의 효과가 있어 젊은 층 사이에선 ‘클럽 마약’으로도 불린다.

온라인상에서는 신씨의 석방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대표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불구속 수사를 하는 순간 피의자와 관련 있는 쟁점에 대해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마약 양성 반응 나왔을 때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하고 증거를 제대로 수집해야 했다”고 주장하며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이틀 전 약물 치료받은 소견서가 있어 운전할 당시 약에 취해 있던 것으로 직접 연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현재 국과수를 통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해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케타민 이외의 또 다른 마약류 투약도 조사 중이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