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가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 하려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글로벌 공급망 대전환, AI(인공지능) 기반 4차 산업혁명 본격화로 매우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기업들이 시장 다변화와 혁신 기술 개발, 브랜드 가치 강화에 앞서고, 정부가 규제 개혁과 인력 양성으로 뒷받침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경제를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구조조정과 혁신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과 미국의 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회장을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전략경영학자 13명과 한국 경제의 해법을 제시한 ‘패러다임 대전환’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송 교수는 먼저 한국은 20세기에 선진국의 제품을 더 싸고 품질 좋게 만들어 수출하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가장 성공한 경제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면서 중국의 급부상, 지적 재산권 강화, 승자독식의 플랫폼 산업 대두 등으로 과거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저성장 기조 고착화, 미·중 갈등에 따른 리스크(불확실성) 고조와 글로벌 공급망 대전환, AI(인공지능) 기반 4차 산업 본격화라는 패러다임 대전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패러다임 대전환에 따른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과거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자 생산기지였던 중국에서 벗어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인도, 미국으로 해외 거점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중국은 우리에게 유망한 시장이었고 생산 원가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공장 입지 지역이었다”며 “한국이 중국 시장을 잃어버리고 있지만, 먼저 베트남 등 동남아와 인도 시장을 개척하고, 이어 미국 시장을 잘 확대하면 중국 시장 상실분을 상쇄하고 전체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 교수는 이러한 전략의 성공 사례로 현대차를 꼽았다. 현대차는 지난 6년 동안 중국 시장 판매 대수가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동남아, 인도, 유럽, 미국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전세계 차량 판매 대수가 2021년 세계 5위에서 2022년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중국 시장의 재공략 방안에 대해서도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초격차 기술을 활용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개발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고, 한류 열풍을 활용해 삼성전자 ‘갤럭시’, 현대차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글로벌 브랜드를 강화해 중국 기업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테슬라, 애플, 로레알 같은 수준으로 빨리 올라가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세계은행이 2020년대의 세계경제성장률이 2.2%로 이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성장률이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 AI 기술과 스마트 팩토리, 로봇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글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높은 연봉과 미국 영주권을 제안하면서 AI 인력을 입도선매해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 정부가 나서서 대학의 관련학과 정원을 늘리고, 기업도 해외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교수는 “한국은 첨단 기술 개발에 각종 규제가 많아 AI 기술 발전 속도가 중국보다 느리다”며 “정부가 빨리 규제를 개혁해 기업이 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교수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해외 탈출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최근 기업 탈출의 배경에는 원가절감보다는 주 52시간 근무, 중대재해 처벌법, 화학물질 관리법 등 각종 정부 규제의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과감한 규제 개혁과 함께 외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에게 파격적인 혜택과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일본 기업의 해외 탈출 배경에는 플라자 합의에 의한 엔고 현상과 함께 숨막히는 기업 규제가 있었다”며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를 뿐 아니라 기업 규제도 과거 일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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