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슛빼고 다 잘하는 박찬희, DB 비밀병기 가능?

김종수 2023. 8. 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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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잘못 만난 선수?' 원주 DB 베테랑 포인트가드 박찬희(36‧190.3cm)에게 종종 따라붙는 평가다. 상당수 팬들은 박찬희하면 한참 전에 전성기가 지난 그저 그런 노장 가드를 연상한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박찬희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각종 기록에서 하락세를 띄고 있다.


201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안양 KT&G 입단했던 박찬희는 첫 시즌부터 기대치에 걸맞는 활약으로 '될성부른 떡잎'임을 입증했다. 리빌딩을 선언한 이상범 감독의 지원 속에서 2순위 이정현(35‧190.3cm)과 함께 많은 출장시간을 가져가며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이정현도 엄청난 재능을 보여줬지만 박찬희는 그보다 한술 더 떴다.


이정현같은 경우 내외곽을 두루 갖춘 전천후 슈팅가드의 능력을 뽐냈으나 전체적으로 덜 야문 다소 투박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박찬희는 신인 시절부터 이미 완성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찬희는 말 그대로 그동안 많은 팬들이 염원하던 장신 정통 포인트가드였다. 1번치고 키가 큰 편이 아닌, 잘하는데 신장까지 좋았던 케이스다.


이전 이승현, 김승현처럼 창의적인 킬패스가 돋보이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받기 편한 패스를 뿌려주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갔다. 준수한 운동능력을 앞세운 돌파도 수준급이었으며 미드레인지 게임도 잘했다. 거기에 1~2번은 물론 어지간한 3번까지도 가능한 전천후 수비력은 그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다는 평가다.


일찌감치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다재다능한 능력을 인정받아서였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좀 더 실속있어진 이상민이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첫시즌 게임당 34분 3초를 뛰며 평균 11.95득점, 4.27어시스트, 4.18리바운드, 1.95스틸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차세대 최고 1번은 박찬희로 결정난듯 했다.


아쉽게도 기록만 놓고 봤을 때 첫시즌은 박찬희의 커리어하이 시즌이 되고 말았다. 유일하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을 비롯 리바운드, 스틸, 야투 및 3점슛 시도 등에서 가장 좋았던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후 어시스트 정도를 빼고는 더 나은 시즌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박찬희는 나이에 비해 그렇게까지 하락세를 타고 있지는 않다.


운동능력도 크게 떨어진 편은 아니고 특유의 패싱센스도 여전하다. 팀내 체력테스트 등에서도 여전히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본인 또한 "수비나 움직임 등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쉽게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할 정도다. 어쩌면 박찬희는 예전 시대에서 뛰었다면 더 펄펄 날았을지도 모르겠다.


당시는 포인트가드가 게임의 대부분을 책임졌던 시대다. 스스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최근에는 달라졌다. 듀얼가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배경에는 주전급 퓨어 포인트가드가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도 크다. 거기에 더해 예전만큼 게임 조립의 대부분을 1번이 책임지고 있지 않은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볼 운반 등 기본적인 것만 하면서 득점에 신경을 쓰는 공격형 포인트가드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거기에 스페이싱, 3점슛의 영향이 커지고 있는지라 1번에게도 평균 이상의 외곽슛 능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찬희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걸쳐있다. 보통 10가지중 아홉가지를 잘하고 한가지만 못할 경우 댠점은 눈에 띄지 않아야 맞다. 

 


하지만 박찬희에게는 그러한 부분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하필 그 하나의 단점이 너무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3점슛 부재가 바로 그것으로 커리어 내내 박찬희의 발목을 아프게 붙잡고 있다. 국내 상위권 1번으로 평가받고 있는 선수중 3점슛이 약한 선수는 없다.


김낙현은 다른 능력치에서의 아쉬움을 슈터급 3점슛 능력으로 커버하며 리그 수위급 1번으로 올라섰다. 돌파를 주특기로 하는 김선형 또한 한때 지적받았던 슈팅능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린 덕에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정규시즌 MVP 수상이 가능했다. 반면 박찬희는 여전히 3점슛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시즌 3점슛 성공률 30.08%를 기록할 때만 해도 '아쉽기는 하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을 본다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통 박찬희같이 재능 넘치는 선수들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신인 때 지적받았던 부분을 꾸준히 보완해 나간다. 그래야만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거니와 나이를 먹으면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신체 능력의 저하도 커버할 수 있다.


아쉽게도 박찬희는 자신이 지적받았던 3점슛 부분에서 성장은 커녕 퇴보를 하고만 상태다. 첫시즌보다 나은 성공률을 기록한 것은 2018~19시즌 딱 한번(32.23%) 뿐이며 그때도 다른 1번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었다. 그외 시즌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대부분이 20%초중반대에 그쳤으며 17.69%까지 떨어진 시즌도 있었다.


3점슛 기록만 놓고 보면 가드가 아닌 정통파 클래식 빅맨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현재까지 박찬희의 통산 3점슛 성공률은 24.21%에 머물고 있다. ‘신명호는 놔두라고’의 주인공 KCC 신명호 코치의 통산 3점슛 성공률(22.9%)과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없다. 박찬희 또한 최근의 부진을 의식하고 일찍부터 몸을 만들며 “다음 시즌에는 뭔가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실 박찬희처럼 특정 부분에 약점이 있는 선수가 드라마틱하게 그 부분을 커버하면서 달라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적지않은 나이를 감안 했을 때 좋았을 당시 성공률인 30% 초반대만 기록해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또한 쉽지 않은지라 슛에 중요한 자신감 회복 등 여러 가지 부분에 각별한 신경이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사용법만 잘 가져가도 박찬희는 여전히 위력적인 선수다는 의견도 많다. 과거 KCC시절 ‘들개 군단’의 맏형으로 맹활약했던 임재현처럼 특급 조커로서의 능력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능력이 여전히 살아있는 가운데 통산 500경기 이상을 소화한 베테랑이니만큼 1~2번을 오가며 상황에 따라 리딩, 수비, 공격 롤을 다양하게 소화할 역량이 충분하다.


임재현은 당시 활약으로 인해 ‘임봉사’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털고 ‘임내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우승에도 기여한 바가 큰지라 좋은 이미지로 팬들 기억 속에 남아있다. 박찬희 또한 ‘박찬물’이라는 반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지만 활약 여부에 따라 멋진 새 별명을 달지 말란 법도 없다. DB 반격의 한축을 맡아 원주 팬들의 함성 속에서 환하게 웃는 다음 시즌의 박찬희를 기대해 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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