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기후지옥’으로 가는 페달
[앵커]
올해 한반도는 그 어느 해보다 극심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폭염과 집중호우에 이어 태풍도 올라오고 있는데요. 전 세계 과학자들도 이 같은 기후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이은정 해설위원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라는 말들이 있어왔습니다만 요즘은 그런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심각한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죠.
이미 지난해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 총회에서 '기후재앙, 기후지옥'이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우리 행성은 기후 재앙을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류가“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발언을 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올해 정말 뜨거운 여름과 폭우를 경험하고 있지요.
[앵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이미 각종 지표로 기후 위기를 예측해왔는데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도 많은 수치가 경신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지난달 초 지구가 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다, 7월 중순에 또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이런 뉴스가 계속 나왔는데요.
최근 열린 뉴질랜드-호주 남극과학회의에서 남극 바다에 떠 있는 해빙 양이 너무 많이 감소했다고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최악으로 예상했던 수치보다 더 심각해져서 지난 1980년 이후 어느 해와 비교해도 해빙의 양이 20% 정도 적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남극 겨울철에 볼 수 있는 통계 범위 밖으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로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70억분의 1의 경우로 올겨울 해빙의 양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보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더 높다, 이 정도로 예측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남극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된다는 생각은 언뜻 드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문제가 되는 겁니까?
[기자]
남극 얼음에는 해빙, 빙붕, 빙상 등 세 종류가 있는데요.
해빙은 바다에 떠 있는 얼음, 빙붕은 육지와 연결된 얼음, 빙상은 육지에 있는 얼음을 말합니다.
이들 얼음은 태양 광선을 반사해 지구를 냉각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얼음이나 눈 등 하얀색으로 더 많이 덮여 있으면 태양 광선이 우주로 반사돼 나갈 수 있는데 이런 눈과 얼음이 사라진다면 지구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하게 되겠죠.
해빙이 이런 역할을 많이 하고 있고요.
두 번째로 빙붕은 대륙을 덮고 있는 거대한 빙상이 바다로 밀려 내려오는 것을 늦추어주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남극 빙붕들이 깎이면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육지에 있는 빙상까지 흘러내리면서 바다로 들어가 해수면 상승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앵커]
그런데 남극의 얼음이 녹으면 해류의 순환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것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지구 바다를 전체적으로 도는 전지구해류 대순환이 있습니다.
그린란드의 차가운 물이 내려와서 남반구로 내려와 남극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북반구로 올라가 태평양, 대서양으로 지구를 한 바퀴 순환하게 되는데요.
이때 남극. 북극에서는 물이 차갑기 때문에 무거워져서 바닥으로 내려가 심층수를 형성합니다.
그래서 전체 순환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남극 얼음이 녹으면 염분이 줄어들어 물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져서 아래로 내려가지를 못합니다.
[김태완/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 "남극 저층수도 염분이 낮아지게 되고, 그리고 그만큼 밀도가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에 저층까지 내려가지 못해서 남극 저층수의 양을 줄이게 되고 글로벌 오버토닝 서큘레이션 역시 그 흐름이 늦어진다든지 전체 수송량이 줄어든다든지 그런 효과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덴마크 연구팀이 지구 해류 대순환에 문제가 생겨 2025년부터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는데요.
[기자]
네. 이 연구도 이 같은 지구해류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는 얘깁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이 북대서양 해수순환시스템이 2025년, 그러니까 내후년부터 붕괴되기 시작해 2095년 이전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는데요.
2025년이라는 시기는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지구 대순환에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합니다.
또 다른 호주와 미국 연구팀의 논문도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남극 염분의 농도와 온도의 변화가 커집니다.
그러면 심층수의 동일성이 사라지고 비정상적으로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앵커]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회의도 하고 방안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지난 3월 열린 IPCC 제58차 총회에서 제6차 기후변화종합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앞으로 향후 10년의 기후 행동이, 즉 인류의 행동이 지구 온난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앞으로 지구의 온도를 1.5도 이상 상승시키지 말자고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1.5도 상승 값도 너무 큰 값이 아니냐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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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ej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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