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어색한 홈런타자는 처음이야...'웃참 실패' 국민타자 감독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두산 정수빈이 경기 시작과 함께 벼락같은 홈런을 쳤다.
정수빈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은 삼성 선발 최채흥을 상대로 볼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에서 135km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높게 들어오자 지체 없이 배트를 돌렸다. 배트에 맞는 순간 양 팀 관중석에서는 '어'라는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고 147km의 빠른 속도로 우측 담장을 향해 뻗어나간 타구는 우익수 구자욱이 일찌감치 포기할 만큼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잠실 담장을 넘긴 비거리 110m짜리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이었다.
정수빈이 홈런을 치자 두산 관중석의 팬들은 깜짝 놀라며 놀라워했다. 이 홈런은 정수빈의 308일 만의 홈런이며 시즌 첫 홈런이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홈 경기 리드오프 홈런이기도 했다.
항상 그라운드에서 전력 질주만 하던 정수빈이 이번만큼은 산책 주루를 하며 천천히 뛰었다. 본인도 천천히 뛰는 게 어색했던지 그라운드를 도는 내도록 수줍은 미소를 보였고 이승엽 감독의 축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두산 더그아웃 동료들이 아무도 반겨주지 않았다. 마치 투명 인간 취급하듯 눈길도 주지 않았고 당황한 정수빈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기록한 정수빈을 위한 동료들의 침묵 세리머니였다. '사일런트 트리트먼트'라고 불리는 침묵 세리머니는 보통 프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하거나 중요한 기록이 있을 때 선보이는 세리머니다. 하지만 두산 선수들은 정수빈의 홈런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침묵 세리머니로 특별하게 축하했다.
현역 시절 각종 홈런 기록을 쓴 이승엽 감독의 눈에는 홈런 이후 어색해하는 정수빈이 모습이 귀여웠던 모양이다. 데뷔 14년 차 베테랑 외야수가 마치 신인 선수처럼 더그아웃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며 끝내 웃음 참기에 실패했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매 시즌 30홈런 이상을 치며 통산 467홈런을 기록한 KBO리그 홈런왕 출신으로 누구보다 홈런 세리머니를 많이 한 선수다. 반면 정수빈은 이날 홈런으로 프로통산 31번째 홈런을 기록한 선수다. 배트를 짧게 쥐는 콘택트형 타자치고는 적은 홈런 수는 아니지만 이승엽 감독의 비하면 홈런 세리머니 경험은 떨어진다. 이승엽 감독은 정수빈의 어색한 모습에 이렇게 미소 지었다.
한편 두산은 임시 선발투수 최승용 5⅓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실점 호투와 정수빈의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1도루 1볼넷 활약을 앞세워 삼성을 5-3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한 두산은 3위 NC와 한 게임 차를 유지하며 3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은 9일 경기에서 알칸타라를 선발투수로 내세워 위닝 시리즈 확보와 3위 복귀를 노린다.
[14년 만에 홈에서 리드오프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침묵 세리머니에 당황한 정수빈과 이 모습을 보며 웃음 참기에 실패한 이승엽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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