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서 한남 찌르겠다" 온라인 글 게시자, 30대 여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협박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경기 하남서도 '흉기난동' 예고 20대 검거
경기남부 협박글 게시자 31명 붙잡혀

지난 6일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일대에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분당 흉기 난동 사건' 발생 이후 살인 예고 글이 연이어 게시되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인파 밀집 지역에 경찰특공대와 장갑차 등을 배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흉기 난동 살인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수십명의 남성을 흉기로 찌르겠다"는 내용의 '살인예고' 글을 온라인상에 올린 이는 30대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9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협박 혐의로 30대 여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사건'이 터진 지난 3일 오후 7시3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서현역 금요일 한남(한국 남자) 20명 찌르러 간다"는 글과 흉기를 든 사진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 남자를 뜻하는 '한남'이란 단어는 한국 남성들을 조롱하며, 얕잡아 일컫는 표현으로 쓰인다.

해당 글을 수사해온 경찰은 지난 7일 오후 6시쯤 주거지에 있던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인터넷에 이 글 외에도 남성 혐오 글을 여러 건 올린 정황이 나왔다. 글 중에는 실제 협박으로 볼 만한 내용도 있어 범죄사실에 포함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집 안에서 흉기가 발견되진 않았다. A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흉기 사진을 해당 글에 첨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난) 그날 여성들이 큰 피해를 봤다는 뉴스를 보고, 남성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의 범행에 긴장한 경찰은 기동대와 지역경찰관 여러 명을 서현역 주변에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경찰은 그 후에도 A씨가 쓴 것과 같은 '살인예고' 글이 유행처럼 퍼지자 서현역 외에도 다수의 다중 밀집시설에 소총을 든 경찰특공대와 장갑차 등 대테러 장비를 투입했다.

경기 하남경찰서 역시 국내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상대로 흉기 난동을 예고한 글을 올린 20대 B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B씨는 지난 8일 오후 1시 15분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서울숲역 ○○엔터테인먼트 임직원만 골라 9명 죽이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이 회사 소속 걸그룹 멤버에게 수차례 팬심을 드러냈으나, 자신을 받아주지 않자 분노를 참지 못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9일 오전 10시 기준 살인예고 글 게시자 3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8일에는 B씨를 비롯해 2명을 검거했는데, 이 중에 10대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게시되는 살인예고 글에 10대가 저지르는 범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검거 인원 중 10대 비중이 크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교육당국이 사건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효과가 나타난 것 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