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면?"…생존확률 높이는 3가지 원칙

유민주 기자 장성희 기자 신성철 기자 신웅수 기자 2023. 8. 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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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범인이 흉기를 들고 내 등 뒤로 다가온다면
"영화처럼 멋있는 동작 아닌 사망 확률 조금이라도 낮춰야"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KKM 크라브마가 강남중앙본부에서 구본근 KKM 대한크라브마가협회장으로부터 호신술을 배우고 있는 모습 2023.8.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장성희 신성철 신웅수 기자 = '진짜 칼이 아니야, 훈련이야.'

스스로 끊임없이 되뇌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훈련인 상황인 것을 인지하면서도 막상 흉기와 매우 흡사한 모형이 눈앞에 보이자 겁부터 났다.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몰입할수록 무력감이 엄습했다.

평범하게 길을 걷고 있다가 범인이 흉기를 들고 내 등 뒤로 다가왔을 때, 혹은 흉기를 든 사람이 정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식별했을 때,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생존확률이 높아질까? 이런 고민을 안고 속성 호신술을 배우기 위해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KKM크라브마가 체육관을 찾았다.

이름도 낯선 크라브마가(근접 전투술)는 싸움을 시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살아남고 피하기 위한 기술이다. 그곳을 운영하는 구본근 회장은 특수부대 무술 교관 출신으로 이스라엘 국립체육연구소로부터 크라브마가 전문가 과정 인증을 받은 이 분야 베테랑이다.

◇ 조금이라도 살 확률을 높이는 3가지 원칙

"방어법에 완벽함은 없어요. 무방비 상태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범인의 공격을 미리 피할 수는 없겠지만 적극적으로 방어를 하면 영안실이 아니라 응급실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생각만 하세요."

시작 전 구 회장이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한 말이다. 섬뜩하면서도 현실적인 저 조언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그는 기본적인 동작 3가지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고 바로 실전 상황에 들어갔다.

첫 번째 원칙은 '움츠리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황에 닥치면 양손을 가슴 앞으로 감싸거나 머리를 보호하는 자세가 나오는데 그러면 범인과의 거리 유지가 힘들어져 연속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두렵더라도 범인의 가슴이나 얼굴을 오히려 있는 힘껏 팔을 앞으로 뻗어 밀쳐내고 짧은 몇 초간이라도 물리적 거리를 만들어 도망가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범인의 몸통을 밀쳐내고 그 자리에 머물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을 밀고 나서 주저하며 바로 뒤돌아 뛰지 않거나, 처음에 외상을 입은 고통 때문에 바닥에 눕거나 주저앉아버리면 계속해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영상을 보면 살아남으신 분들은 물론 운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호신술 전문가거나 평소에 체력이 좋아서가 아니에요. 공격이 왔을 때 당황스러워도 주저앉지 않고 계속해서 살려고 적극적으로 방어하신 일반인 분들입니다."

이는 뒤에서 공격이 가해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길을 걷다가 등으로 혹은 옆구리로 칼에 찔렸을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본다. 구 회장은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KKM 크라브마가 강남중앙본부에서 구본근 KKM 대한크라브마가협회장이 호신술을 시연하고 있다. 2023.8.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두 번째 원칙은 '소지품을 활용해 자신을 보호'하라는 것이다. 흔히 들고 다니는 가방, 휴대폰 등으로도 적극적인 방어가 필요하다. 이날 필자는 칼을 식별한 상태에서 매고 있던 배낭으로 칼을 든 사람의 얼굴을 있는 최대한 밀어버리는 동작을 해봤다. 상체가 앞으로 살짝 쏠릴 정도로 몸통을 밀고 뒤돌아 뛰는 연습이다. 간단해 보였는데도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절망스러워 손에 힘이 쥐어지지 않았다.

이 상황을 가만히 주시하던 구 회장은 '시각 훈련'의 중요성을 말했다.

"훈련이라고 생각을 해도 흉기로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사람은 당연히 당황하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반복적인 이미지 트레이닝과 체력 훈련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결국 마지막에는 있는 힘을 모아 달아나야 하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생각보다 어려웠던 구조요청 훈련이었다. 상황에 몰입한 나머지 살려달라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흉기에 이미 상처를 입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엄두도 나지 않았다.

구 회장은 "사건 영상에서도 생존자들이 구조요청을 하자 주변에 시민 3명이 의자나 국자 같은 것들을 가져와 던지면서 도움을 줬다. 보통 범행은 도심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살려달라고 외치기만 해도 살 확률이 높아지고, 도망가더라도 막다른 골목으로 가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일반인도 충분히 살 확률 높일 수 있다"

"영화처럼 멋있게 동작을 하는 법을 배우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일반인들이 조금이나마 훈련을 통해 같은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긴장감을 덜어주고, 사망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동작과 방법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구본근 회장과 이승규 센터장이 10년 넘게 이 수업을 해오면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다. 호신용품을 가지고 다닌다고 해도 그것을 빼낼 여유가 없다면 어떻게든 움직여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육관을 찾는 아이들의 경우 제압하는 기술보다 무조건 먼저 공격을 막고 쳐내는 훈련부터 시작한다.

구 회장을 찾은 사람들 중에는 어떤 사건들로 인해 피해의식, 폭행 트라우마, 공황장애 등을 겪은 사람들도 있었다. 구 회장은 "그분들이 여기서 즐겁게 운동하고 서로 간단한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고, 그 성취감으로 자신감을 또 가지게 되셨다"며 "다른 스포츠 생활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호신술을 배우는 게 심리적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너무 겁먹지 마시고 꼭 크라브마가가 아니더라도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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