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해임 된 해병대 수사단장 “尹대통령 지시대로 했을 뿐”

이가영 기자 2023. 8. 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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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이 지난달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엄수됐다. /뉴스1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 보직 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대령은 9일 공개한 실명 입장문에서 “사건 발생 초기 윤 대통령은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령은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수사 결과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직접 대면 보고했다”고 했다. 그가 보고했다는 이들은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이다.

박 대령은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다만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직 해임된 후 국방부검찰단에 집단항명수괴, 직권남용,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박 대령은 “지난 30년 가까운 해병대 생활을 하면서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항상 정정당당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했다”며 “해병대는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하고, 그러한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제게 발생되는 일들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정정당당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앞서 채 상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 안에 들어가 다른 장병들과 인간띠를 만들어 실종사 수색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14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31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채 상병 사망 관련 조사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취소됐다. 수사 자료에는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에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국방부는 수사 자료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은 지난 2일 조사 내용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고, 군은 이를 항명으로 보고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했다. 경찰에 이첩된 사건 기록 역시 반환을 요구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군 지휘부가 채 상병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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