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원복’ 1년… “금융·증권범죄 수사 성과” vs “검찰권 지나친 확대”

1년간 ‘불공정거래’ 373명 기소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30% 급감
자료 수집·분석 등 분야서 ‘역량’
일각 “수사기관 견제기능 상실”

지난해 5월 야당 주도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시행한 지 1년에 접어들면서 검찰을 중심으로 국가 수사 역량이 결집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 수사권을 다시 확대하고, 경찰 등과의 합동수사단을 통해 우회 수사 기능도 키운 바 있다. 이를 통해 특정 범죄 적발 실적 등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사기관 간 견제 기능이 사라져 균형이 무너지고, 검찰권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9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검수원복과 합수단 체제를 통해 수사 역량이 눈에 띄게 강화된 분야는 증권·금융 범죄와 보이스피싱 범죄 등이다. 지난해 5월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1년여 간 불공정거래사범 373명을 기소하고 1조6387억 원을 추징·보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합수단을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 단성한)로 정식 직제화했다. 지난해 6월 서울동부지검에 마련된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도 출범 1년 만에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을 30% 줄이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5438억 원, 발생 건수는 2만1832건으로 2021년 7744억 원, 3만982건에 비해 각각 29.8%, 29.5% 감소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된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검찰은 합수단을 통해 제한된 수사권을 간접적으로 넓히기도 했다.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의 경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보이스피싱 합수단은 검찰과 경찰이 협력하고 관세청, 국세청, 금감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범정부 인력이 투입됐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견제에 중심을 뒀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범죄 대응 역량 강화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가재정 범죄, 가상자산 범죄 등과 관련해서도 합수단을 설치했다. 국가정보원, 국방부까지 참여하는 정부 마약특별수사본부도 사실상 합수단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검찰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피하긴 어렵다. 최근 경찰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확대된 경찰의 수사 권한을 법무부가 다시 축소하려 하자 반발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최근의 수사준칙 개정으로 인해 경찰이 원칙적으로 맡아온 보완수사 전담 권한이 폐지되고 재수사에 따른 경찰 판단도 검찰이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수사 실무를 담당해 온 한 경찰 간부는 “직접 수사권이 대폭 제한됐는데도 검찰은 꾸준히 합수단 신설 등 우회로를 통해 경찰뿐 아니라 수사권을 가진 모든 기관을 지휘하고 있다”면서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수사기관 간 견제가 중요한데 균형이 무너졌다 ”고 말했다.

정선형·김무연·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