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쟁·사교육 열풍에 공교육 붕괴… ‘교권 추락’ 가속화

이소현 기자 2023. 8. 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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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 시간에 대놓고 시중 문제집을 푸는 학생, 학원 숙제하느라 못 잔 잠을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교과서를 덮어버린 학생.'

서열 중심 사회에서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스트레스받는 학생, 자녀 성적의 불안감을 교사에게 투영하는 학부모의 왜곡된 인식, 교육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교육 등을 방치해 온 정부 등의 삼박자가 결합돼 빚어진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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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가 변해야 교실이 산다 - (3) 교권 붕괴의 근본 원인과 배경
학원 숙제 탓 수업시간에 자고
진도 못 따라가 교과서 덮기도
사교육 열풍… 교육 3주체 골병
학생, 입시 경쟁 스트레스 과다
부모는 교사에 대한 신뢰 없어
정부, 개혁 못하고 사교육 방치

‘학교 수업 시간에 대놓고 시중 문제집을 푸는 학생, 학원 숙제하느라 못 잔 잠을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교과서를 덮어버린 학생….’

학생마다 교사의 지도를 거부하는 양태는 다르지만 2023년 대한민국 교실 풍경에서 비롯된 심각한 교권 침해 현상은 무너진 공교육의 현주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열 중심 사회에서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스트레스받는 학생, 자녀 성적의 불안감을 교사에게 투영하는 학부모의 왜곡된 인식, 교육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교육 등을 방치해 온 정부 등의 삼박자가 결합돼 빚어진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입시 경쟁 현실이 사교육비의 지속적 폭증세를 견인하는 동안 교육 3주체(학생·학부모·교사) 모두 병들고 있다. 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 원으로 전년도 23조4000억 원 대비 2조5000억 원가량(10.8%)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7년 이래 최고치다.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전국 학생 5176명과 학부모 185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학생 응답자의 53.3%가 “학업이나 성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학부모가 자녀 교육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이유로는 “자녀 성적에 따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서”라는 응답이 54.9%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과열 경쟁에 매몰된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사에 대한 신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의 권위, 교권은 ‘평가’와 ‘진로 지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학교생활기록부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교사와의 진로·진학 상담 대신 대형 학원 배치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실질적인 권위까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배 교수는 “학생과 학부모는 더 이상 교사를 스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학부모는 교사를 ‘내 아이를 위해 일해주는 사람’으로 치부할 뿐, 학생의 미래나 장래를 논의할 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는 “과거에는 교사가 가르치는 스승의 입장, 학생은 피교육자의 관점에서 수혜받는 입장이었다면 사교육과 입시가 끼어들면서 교사들은 도구적 측면으로 전환됐다”고 해석했다.

첨예한 입시 경쟁 구도 속 협소해진 교사의 역할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선 사회구조적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소영 사걱세 정책팀장은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의 교육 개혁 청사진이 필요하다”며 “성적순으로 줄 세워지고, 상위 대학 진학을 위해 입시 경쟁과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제도적인 문제를 선행해서 해결해야만 학교에 대한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는 그림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학교 현장의 곪아가는 문제를 알면서도 10여 년간 학생 인권과 교권 사이만 오가며 진정한 교실 개혁의 방향과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 의견도 높다. 건설적인 정책을 통해 교육 주체 간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하는데, 사실상 역할을 방기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교권은 교육과 연관된 각 주체 간 상호작용, 역학관계에 좌우된다”며 “교권이 약화되면 상대적으로 학생 인권이 강화됐거나 학부모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인데, 교육 주체 간 균형을 맞추는 부분에 정부가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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