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의 전쟁···필승 전략 다듬기
라운드 당일 아침,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깬다. 라운드 전 설레는 마음은 이내 비 걱정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어떻게 잡은 라운드인가? 주말 골퍼의 ‘불굴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다. 언제 맞게 될지 모를 ‘수중전’에 대비해 핵심 포인트를 소개한다.
‘수중전=장비빨’
우중 라운드에서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고 싶지 않다면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천용 레인 장갑이다. 예전에는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진 목장갑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레인 장갑을 골프백에 구비해 두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레인 장갑은 툭툭 털어주면 물기가 상당부분 사라져 그립이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 만약 레인 장갑이 없다면 합성피 장갑이 좋다. 양피 등 천연 가죽은 물기에 약하다. 샷을 한 후에는 장갑을 우산살에 걸어둔다.
비옷과 양말, 옷 등은 넉넉히 챙긴다. 비를 많이 맞았다면 체온 유지와 활동성을 위해 전반을 마친 뒤 옷을 갈아입고 양말을 바꿔 신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마른 수건이나 페이퍼타월도 없어서는 안 될 준비물이다. 샷을 한 후에 마른 수건이나 페이퍼타월로 손과 그립을 자주 닦아준다. 또 헤드에 물기가 있으면 볼에 걸리는 백스핀의 양이 약 30%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볼을 치기 직전 꼭 헤드의 물기를 닦아준다. 선수들 중에는 마른 수건보다 페이퍼타월이 물을 훨씬 잘 빨아들인다며 추천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평소 즐겨 쓴 캡모자는 퍼트할 때 볼 위로 물이 뚝뚝 떨어질 수 있으니 방수용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라운드 전에는 정확한 일기 예보 확인을 위해 날씨 애플리케이션을 수시로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투어에서 선수를 돕는 캐디들은 경기 전 해외 날씨 앱 윈디(Windy), 더 웨더 채널(The Weather Channel)과 항공기상청 등을 통해 강수량, 풍향, 온도 등을 확인한다고 한다.
빗속 라운드, 프로들은 어떻게?
미국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임성재는 그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이 물에 젖으면 정상적인 스윙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기본 중 기본인 그립이 돌아갈 확률이 높아 견고하게 잘 잡아야 한다”면서 “그립에 힘을 강하게 주는 느낌보다는 손가락을 견고하게 잡는 것이 요령”이라고 말했다.
잔디가 미끄럽기 때문에 ‘하체 고정’도 중요한 키워드다. 2021년 AT&T 바이런 넬슨 4라운드에서 비와 벼락이 내리치는 가운데 생애 첫 승을 올린 이경훈은 “그립만큼 중요한 게 하체 고정인데, 비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어드레스를 조금 더 신경 써서 한다. 양발로 지면을 꽉 잡는 느낌으로 어드레스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다운스윙을 할 때 축이 되는 왼발이 미끄러질 것을 감안해 어드레스 때 왼발을 타깃 쪽으로 30도 정도 미리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빗속 라운드는 비의 저항으로 비거리가 줄어들고 잔디가 젖어 떨어진 뒤 런도 적다. 따라서 한두 클럽 길게 잡고 편안하게 4분의3 스윙으로 임팩트에 집중한다. KLPGA 투어의 박현경은 “비 오는 날에는 확실히 거리가 덜 나간다”며 “아이언의 경우 한 클럽을 더 보고 치는 게 좋고 웨지는 그린에 떨어졌을 때 평소보다 런이 적은 것까지 고려해서 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평소보다 긴 클럽으로 스윙하기 때문에 스윙 템포가 빨라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는 굴려서 그린에 올리는 것보다 띄우는 것이 정확도가 높다. KLPGA 투어 통산 6승의 이소영은 “볼이 물과 닿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띄우는 어프로치를 한다”면서 “젖은 그린에서는 거리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러닝 어프로치를 피한다”고 했다. 퍼팅도 생각보다 그린의 경사를 덜 탄다. 라인을 덜 보고 과감하게 스트로크해야 홀인 확률이 높아진다.
사후 관리도 ‘찐’ 포인트
수중전의 끝은 사후 관리다. 빗속에서 고생한 장비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을 시간이다. 먼저 클럽을 캐디백에서 모두 꺼낸 뒤 그립을 미지근한 물로 씻어준다. 그리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말끔하게 제거하고 신문지로 말아서 하루 정도 세워둔다. 골프화 안에도 신문지를 말아 넣어 습기를 제거하고 젖은 캐디백을 잘 닦아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 말린다. 우산이나 입었던 비옷도 잘 건조해 준다.
안전, 또 안전
우중 라운드에서 가장 위험한 건 낙뢰 사고다. 스틸 소재의 골프클럽은 피뢰침 역할을 한다. 클럽을 들고 이동하다 자칫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코스에서 낙뢰 경보가 울리면 카트에 탑승한 채 재빨리 그늘집이나 대피소로 이동한다. 급한 마음에 큰 나무 밑으로 피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무가 자연 피뢰침 역할을 한다. 또 금속 소재의 클럽이나 우산은 바닥에 눕혀놓고 멀리 떨어지는 게 좋다. 낙상 사고도 조심해야 한다. 클럽하우스의 대리석 계단과 티잉 구역 주변의 목재 계단, 금속 소재의 배수구 덮개 등은 젖으면 매우 미끄러워진다. 워터해저드 근처, 벙커 턱, 카트 도로 등도 비 오는 날 위험구역이 된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정문영 기자 my.ju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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