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치수 선진국’ 고조선[오후여담]

2023. 8. 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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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한 폭우로 물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치수에 어두웠던 고대 중국에선 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였다.

고조선이 요순시대 때의 요왕에게 치수법을 알려줬다는 내용이다.

부루는 우에게 고조선의 오행치수법(五行治水法)이 담긴 금간옥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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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최근 극한 폭우로 물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치수(治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치수는 특히, 중국에 민감한 과제다. 얼마 전 140년 만의 베이징 폭우에서 보듯 태풍의 영향도 크지만, 지형적인 특성 탓에 양쯔강(6300㎞), 황허(5464㎞)가 툭 하면 범람해 대형 수재가 잦다.

치수에 어두웠던 고대 중국에선 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였다. 흥미로운 고사(古事)가 전해진다. 고조선이 요순시대 때의 요왕에게 치수법을 알려줬다는 내용이다. 서기전 2267년 요왕은 9년간 홍수를 겪었으나 치수에 실패해, 순(훗날 우나라의 순왕)에게 임무를 맡겼다. 이 무렵 고조선은 여러 제후를 현재 저장성의 도산(현 회계산)으로 불러 회의를 열었다. 태자 부루가 주관한 이 도산회의에 순은 사공 우를 보냈다. 고대 하·상(은)·주의 시작인 하나라를 연 그 우왕이다. 부루는 우에게 고조선의 오행치수법(五行治水法)이 담긴 금간옥첩을 줬다. 물을 막는 게 아니라,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특성에 맞춰 물길을 트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우는 이를 통해 1년 만에 치수에 성공했다고 한다. 조선 중종 때 실록을 기록하는 찬수관을 지낸 이맥이 쓴 ‘태백일사’에 나오는 기록이다.

부루가 도산에 가기 전 낭야성(산둥성)에 머물렀는데, 순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중국 ‘서경(書經)’의 순전(舜典)은 이를 ‘사근동후(肆覲東后)’라고 썼다. 제후인 순이 동쪽으로 가 부루를 ‘접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에선 순이 제후를 동쪽에서 만났다고 곡해한다. 순왕이 자기보다 아래인 제후를 만나려고 먼 산둥성까지 갔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당시 부루가 현 허베이성의 유주·영주를 고조선에 귀속시키는 국경 변경 임무를 순에 맡겼다는 기록도 있다.

중국은 고대 동북아 역사를 왜곡한 동북공정을 완료했다. 고조선으로부터 치수법을 배웠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을 게 뻔하다. 물론 ‘태백일사’를 수록한 ‘환단고기’ 등의 우리 측 고대 사료는 위서·조작 논란 등으로 신뢰성이 떨어져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사실 파악이 최우선이다. 국내 고대사학계가 왜곡된 중국·일본 사료는 수용하면서 국내 사료는 무턱대고 부정하는 바람에 고대사는 신화가 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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