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뒷북 수습’에 바빠진 세종 관가… 부처별 속내는 다르다는데
여가부·행안부·문체부 등 책임 부처 아수라장
산업부·기재부도 재계 숙소·예비비 측면 지원
전북→서울·부산 소비무대로…내수 전화위복?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사태를 수습하느라 세종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바빠졌다. 기획재정부는 예비비를 급히 풀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연수원을 동원해 부랴부랴 숙소를 마련하는 한편, 행정안전부는 공무원들을 긴급 파견해 통역 지원에 나섰다.
분주한 것은 모두 같지만, 숨겨진 표정은 부처별로 묘하게 다른 모습이다.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장관이 법률상 책임자라 볼 수 있는 여성가족부·행안부·문화체육관광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반면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기재부·산업부는 비교적 홀가분하게 측면 지원 중이다. 오히려 조기 퇴영한 잼버리 참가자들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내수 효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 중앙부처 공무원 200명 전국 각지 긴급 파견
9일 관가에 따르면, 행안부는 전날 중앙부처에서 공무원 총 200명을 선정해 관련 현장에 긴급 출장을 통보했다. 잼버리 조기 철수 결정으로 대원들이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져 머무를 숙소가 긴급 선정됐는데, 동원된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이곳에서 통역과 안내 업무를 도울 예정이다.
행안부가 조기 퇴영에 따른 후속 대책을 주도하는 가운데, 전 부처에 SOS를 친 셈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가자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경찰 헬기 4대가 상공에서 지휘하고 있고, 순찰차 273대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행안부 국장급 지역책임관 9명을 8개 시·도에 파견해 안전과 편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K팝 콘서트 일정·장소·가수 조율에 난리통이다. 당초 6일 계획됐던 콘서트는 날씨와 현장 문제로 오는 11일로 긴급 연기됐다. 장소도 새만금 현장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 또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으로 바뀌었다. K팝 그룹이 보통 연간 계획에 맞춰 스케줄을 소화한다는 점에서 급작스런 일정 변경은 대혼란을 빚었다. 애초 구성됐던 가수 라인업은 모두 바뀌었고, 현재 상암경기장에 무대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잼버리 지원에는 다른 부처도 동참하는 중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날 잼버리 대원들이 묵을 숙소 현장을 긴급 점검하겠다며 경기 용인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를 방문했다. ‘숙소 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급히 재계를 동원한 데 따른 것이다. 포스코·대한항공·SK·LG·롯데도 지원에 팔을 걷어부쳤다.
기재부에선 급히 예비비를 지원했다. 지난 4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행안부 특별교부세 30억원을 비롯한 예비비 69억원 긴급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추가 숙식비를 비롯한 관광버스 대절 비용 등에만 수십억원이 소요될 전망인데, 예비비 집행을 통해 일부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기재부 공공정책국 인솔하에 한국산업은행·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인력들도 현장 봉사활동에 강제 차출됐다.
◇ 여가부·행안부 ‘울상’… “내수 진작?” 기재부 내심 기대
분주함 속에 숨겨진 부처별 표정과 셈법은 각기 다른 모양새다. 행안부와 여가부는 초비상에 빠졌다. 행사 마무리에 여념이 없는 것은 물론, 행사 종료 후 고강도 문책까지도 예고돼 있어서다. 대통령실에선 여가부와 행안부에 잼버리 관련 예산 배정과 집행 내역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무부처인 여가부의 경우 추후 대통령실의 감찰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기재부나 산업부는 측면 지원에 나설뿐 비교적 책임 문제에선 다소 자유롭다. 지난 3월 말 잼버리 대회를 내수 활성화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 기획재정부는 잼버리 대원들이 수도권과 전국 각지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내수에 더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캠핑장에서 도시로 이동한 대원들의 숙박과 음식에 추가 소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북에서만 하던 행사가 서울과 부산, 소위 말해서 소비 무대로 옮겨 갔기 때문에 (내수 측면에서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이들이 얼마나 더 지갑을 열지 알 수 없으니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일 출입국 통계를 봐도 평소와 비교해 외국인 입국 인원이 뚜렷하게 늘어나지는 않은 모습이어서 내수 효과와 관련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며 “우선 무사히 행사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세계 잼버리 대회는 당초 158개국 청소년(만 14~17세)·지도자·운영 요원 4만3225명이 참가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폭염·태풍 그리고 행사장인 새만금의 위생 등 문제가 부각되면서 지난 6일 영국(4400여명)·미국(1500여명)·싱가포르(60여명) 등 3개국 6000명가량이 먼저 철수했다. 이후 태풍 카눈의 한반도 통과 예보에 따라 남은 이들도 전국 각지로 흩어져 남은 일정을 보내고 있다. 상암경기장에서의 K팝 공연과 폐영식을 마지막 일정으로 소화하는 이들은 오는 12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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