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없는 사이···두산, 원론적 과제 ‘2번째 포수’를 다시 보다
두산의 황금기는 두산 안방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두산은 201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리그 대표 포수 양의지를 중심에 둔 가운데 백업 같지 않은 백업 포수 최재훈, 박세혁도 확보한 상태에서 2015년 한국시리즈 정상의 문을 열었다. 이들이 모두 함께한 2016년 선발 포수 출전 횟수로는 양의지-박세혁-최재훈 순이었는데, 두산에서는 1군 2번째 포수 내부 경쟁이 웬만한 팀 주전 다툼보다 치열할 정도였다.
두산은 2017년 트레이드로 최재훈을 한화로 보내고 양의지-박세혁 체제로 황금기를 이어갔다. 또 양의지가 FA로 NC로 이적하기 직전 시즌인 2018년에는 팀 전력의 정점을 찍기도 했다.
‘2번째 포수’가 가장 강한 팀이던 두산이 원론적 과제인 ‘2번째 포수’를 다시 깊이 들여다볼 시간을 맞고 있다. 올시즌을 준비하며 FA 시장에서 다시 불러온 양의지가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양의지는 KBO리그 역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공수겸장’ 포수다. 지난겨울 FA 자격을 얻은 박세혁(NC)을 내주면서 유턴시킨 양의지 카드를 다시 쥐며 모든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할 만했다.
더구나 양의지의 계약기간은 6년이다. 양의지 영입으로, 팀의 2번째 포수인 ‘1군 백업’에 대한 관심과 걱정도 조금은 사그라들고 있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그 틈에 양의지가 다쳤다.
양의지가 1군에 없는 이번 주중 시리즈부터 두산 안방은 1994년생 포수 장승현과 1998년생 포수 박유연이 지키기 시작했다.
장승현은 지난해 이전 박세혁의 부상 부재 상황에서 1군 주전포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박유연은 지난해까지 1군 출전 이력이 17경기뿐으로 올해 1군에는 2경기만 나왔는데, 지난 8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빛나기도 했다.
이들이 주전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기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떤 부문에서든 부족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부족함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대에 직접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이들 포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위기인 지금을 본인의 기회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사실, 현재 두산 백업포수들에게 부족한 것은 주전으로 올라서려는 ‘투쟁심’일지 모른다. 양의지 그늘에 있던 최재훈과 박세혁은 각자 포수로서 장단점은 달랐지만, 기회를 꽉 붙들려는 열의는 같았다. 두 포수 모두 다른 팀에서 FA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위치까지 가는 배경이기도 했다.
팀 입장에서도 이들의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커질 수밖에 시간이다. 양의지는 여전히 공수 모두에서 건재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마스크를 쓰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양의지 타력을 살리기 위한, 벤치의 전략 전술적인 차원에서도 백업포수의 성장은 두산에는 굉장히 큰 숙제일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본질적 과제를 다시 볼 시간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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