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 이어 태풍...“썩은 과일 매일 봉지째 버려요”

2023. 8. 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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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의 청과물 시장 인근에 복숭아가 봉지째 버려져 있었다.

무더운 날씨 탓에 과일이 쉽게 상해, 하루만 팔리지 않아도 모두 버려야 한다는 게 인근 상인의 설명이다.

지난달 장마에 이은 폭염, 다가오는 태풍까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직격탄을 맞은 과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름 들어서는 장마가 길게 이어지다 폭염이 찾아오고, 재차 태풍이 예보되면서 과일 품질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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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가격 오르고 품질 낮아져
청과물 상인 ‘삼중 악천후’ 근심

서울 영등포구의 청과물 시장 인근에 복숭아가 봉지째 버려져 있었다. 무더운 날씨 탓에 과일이 쉽게 상해, 하루만 팔리지 않아도 모두 버려야 한다는 게 인근 상인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과일을 파는 김모(42)씨는 “장사가 하도 되지 않아서 2만5000원에 들여온 거봉을 2만원에 팔고 있다”며 “하루만 지나도 과일이 모두 상해서 매일 버리고 있다”며 “마음이 급한데 가끔 들르는 손님들 모두 가격을 듣곤 나가버리곤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장마에 이은 폭염, 다가오는 태풍까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직격탄을 맞은 과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과일 생산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높아진 와중 품질도 낮아졌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지난 7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청과물 시장 일대는 한산했다. 전반적으로 과일 가격이 오른 탓에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김씨는 “지난해 1만원이던 수박이 올해는 1만2000원, 품질이 좋은 상품은 4만원까지도 간다. 복숭아는 2만원이던 것이 3만원으로 올랐다”고 했다.

같은날 찾은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 시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시장에 들어서자 “자, 떨이요 떨이!”라는 상인들의 외침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손님들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2만~3만원을 우습게 웃도는 수박 가격에 손사래를 치던 손님 박모(31)씨는 “올해 수박을 한 번밖에 못 사 먹었다. 작년에는 8000원이면 샀는데 요즘에는 그냥 2만원이 넘는다”며 “복숭아는 5개 만원, 포도도 2개 만원이다. 고민하다 결국 이번 주는 과일 없이 보내기로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곳에서 참외를 파는 상인 유모(56)씨는 “한 박스에 1만5000원하던 것이 지금은 3만5000원까지 올랐다”며 “앞으로 태풍까지 오면 과일이 물을 많이 먹어 맛이 더 없어져, 장사가 안 될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과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는 것은 올해 폭우와 폭염을 오갔던 날씨에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 크다. 올해 초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이르게 과일 꽃이 핀 와중, 갑작스레 찾아온 꽃샘추위로 꽃이 얼어붙었다. 여름 들어서는 장마가 길게 이어지다 폭염이 찾아오고, 재차 태풍이 예보되면서 과일 품질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날씨에 열대야까지 이어지면서 과일이 자랄 틈이 없었다”며 “추후 태풍이 오면 낙과가 많아져 생산량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목희·박혜원 기자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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