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권위 지켜줄 방어막' 어디 갔나...협회 무관심+잼버리 파행 속 또 추락한 FA컵 위상

신동훈 기자 2023. 8. 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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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잼버리 파행으로 인해 축구 팬들 마음엔 멍이 들었고 FA컵의 명예는 다시 한번 실추됐다.

모두가 입을 모아 비판하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문제 불똥이 축구계로 튀었다. 잼버리 K-POP 공연행사는 6일 열릴 예정이었는데 폐영식이 진행되는 11일로 연기를 했고 장소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가 아닌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겼다. 쌍방향 협의를 통한 결정이 아닌 일방적 지시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전북 현대와 9일 수요일 오후 7시에 FA컵 4강 대결을 하기로 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일정에 타격을 입게 됐다. 전북, 인천 구성원들을 비롯해 축구 팬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후 더 우스운 상황이 발생했다. 태풍 북상 소식에 K-POP 콘서트 장소가 또 바뀌었다. 갑자기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전북, 인천에 이어 FC서울까지 타격을 주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FA컵 권위가 또 흔들리게 됐다. 국내에서 최고 권위를 가져야 할 축구대회이자 스포츠계에서도 가장 막강한 힘과 인기를 보유한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이 이리 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가 됐다. 어떤 라운드도 이런 신세가 되면 안 되지만 현재 FA컵은 준결승 단계이다. 트로피가 목전에 다가온 순간이고 모두의 관심이 쏠려야 하는 순간에 어이없는 이유로 일정이 미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FA컵 권위 추락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른 외부 세력이 아닌 축구계, 그리고 대한축구협회가 FA컵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K리그 한 구단의 관계자는 "팬들도 느끼겠지만 구단도 FA컵이란 대회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FA컵은 대한축구협회에서 한 분이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대부분의 일은 대행사에 맡긴다. 협회 담당자는 구단과 잘 소통을 하지 않는다. 특히 올해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FA컵 경기 지원금도 매우 적다. 아무리 적은 구단도 일정 금액 이상이 필요한데 그것보다 훨씬 더 적은 지원금을 준다. 운영이나 금액적인 부분 모두 이렇다 보니 리그보다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FA컵 결승 2차전을 제외하면 모두 주중에 열린다. 주중에 관중을 모으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환경적인 면에서도 동기부여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했다. 

FA컵 권위가 무관심 속 추락하고 있는 걸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클럽이 참가하는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는 대륙별 클럽 대항전이다. 유럽으로 보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가 있고, 아시아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이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도 마찬가지 위상을 갖는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리그와 각 나라의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컵 대회가 있다.

국내 대회 중 K리그와 FA컵 중 어떤 게 더 위상이 높고 중요하다고 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두 대회 모두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보면 K리그 위상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인기가 없다는 편견을 깨고 꾸준한 노력과 투자로 현재 이전보다 훨씬 많은 관중을 확보하며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컵 대회는 어떨까. 대한민국 컵 대회는 하나원큐 FA컵, 줄여서 FA컵으로 부른다. FA컵은 리그에 비해 운영이나 흥행 면에서 어려운 점이 분명 있다. 일단 참가팀이 매우 많다. 2020년부터 직장인 축구단과 대학교 팀들을 뺐다고 해도 관리해야 하는 팀이 매우 많다.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K리그1 12팀, K리그2 13팀, K3리그 15팀, K4리그 10팀, K5리그 8팀이 참가한다. 58팀을 관리해야 하고 토너먼트라고 해도 하부리그는 인기가 없어 흥행 면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진행하기 어렵다고, 인기가 떨어진다고 해서 위상이 떨어져야 하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이리 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가 되야 한다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전북, 인천, 그리고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 중 누가 우승을 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도 모자란데 잼버리 파행으로 인해 FA컵 준결승이 정상적으로 치러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촌극을 빚었다.

 

이럴수록 FA컵 위상만 더 떨어지는 것이다. 우승 팀에 ACL 출전권은 줘도 FA컵이 이런 취급을 받으면 대회의 격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가 이런 일이 있을 때 방어를 하고 축구계 입장을 확실히 대변해 팬들과 참가하는 구단들은 보호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잘 이뤄지는지 항상 의문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보면 축구 팬들과 구단들은 온갖 피해를, 대의적인 명분이라는 공격 아래 받고 있는데 방어막이 없다. 일정은 꼬이고, 구단들은 쓸데없는 지출을 하고, 팬들은 혼란을 빚고, FA컵 위상은 또 타격을 받았는데 말이다.

잼버리 행사에 온 이들은 귀한 손님으로 여기고, 축구 팬들은 희생을 당해도 되는 사람들로 여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 그래도 축구계를 대변하고 보호할, 그리고 FA컵 위상을 지킬 방어막 하나 없는 건 씁쓸함을 주고 있다. 잼버리 파행 문제로 파생된 여러가지 일들로 FA컵은 위상도, 힘도 없다는 걸 만천하에 드러냈고 축구 팬들은 또다시 대의적 명분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상처를 받게 됐다. 정말 씁쓸한 일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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