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제임스 웹과 오픈사이언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첫 관측 결과인 용골성운의 먼지기둥이 2022년 7월에 공개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관측 결과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별 탄생의 구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천문학자뿐만 아니라 대중도 큰 관심을 두게 되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직접 천체 망원경을 이용하여 밤새워 관측한 자료를 활용, 별과 은하계를 연구했다. 천체 망원경 역시 매우 비싼 장비이기 때문에 우주를 관측하는 것은 소수의 천문학자만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이전에 1990년에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에서 쏘아 올린 허블 우주 망원경이 30년 이상 관측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우주의 신비를 밝혀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천문우주학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방대한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자들끼리 관측 자료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된 학문이다.
이러한 문화를 학계에서는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라고 한다. 오픈사이언스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연구과정을 보다 개방적으로 공개하려는 움직임이다. 쉽게 말해,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논문, 데이터, 보고서 등의 연구결과를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오픈사이언스의 용어는 2014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오픈액세스, 오픈데이터(연구데이터), 오픈소프트웨어, 오픈콜라보레이션 등을 포괄한 개념이다.
지난 2021년 11월 개최된 제41차 유네스코(UNESCO)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오픈사이언스 권고안’을 마련했다. 유럽은 2021년에 ‘유럽 데이터 전략’을 통해 개방 과학을 강조해 연구 성과를 오픈액세스 저널에 발표하고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발표하였고, 미국은 올해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에서 ‘오픈사이언스의 해’로 선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오픈사이언스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1차(2023~2025년) 데이터 산업진흥 기본계획(안)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유한 모든 데이터의 혁신적 개방·공유, 민간중심·민간주도 데이터 유통·거래 생태계 마련, 안전하면서도 혁신을 촉진하는 데이터 활용기반 조성과 데이터 산업 기초체력 강화로 국가 디지털 전환을 전면화하는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올해 국가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여 국가연구개발 과정에서 생산되는 연구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근거법을 마련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국가 과학기술 정보 분야의 전문연구기관으로서 국내외 오픈사이언스를 선도하고 있다. 과학기술지식인프라(ScienceON),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국가오픈액세스플랫폼(AccessON),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DataON)과 같은 오픈사이언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통해 오픈사이언스의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국제적인 오픈사이언스 추세를 함께하기 위해 대표적인 국제연구기관인 국제과학위원회의 데이터 위원회(CODATA·Committee on Data)와 세계데이터시스템(WDS·World Data System), 그리고 국제연구데이터연맹(RDA·Research Data Alliance)에 우리나라 대표자격으로 활동 중에 있다. 2022년에는 3개의 국제연구기관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데이터 학술대회인 국제데이터주간(IDW·International Data Week)을 아시아 최초로 개최하여 오픈사이언스를 널리 알렸다.
또한 국제적인 교류를 진행하여 오픈사이언스 전문기관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다양한 국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네스코(UNESCO)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개방형 과학을 촉진하기 위한 오픈사이언스 정책, 세계기록유산의 디지털화, 디지털 문해력 증진, 디지털 유산인 연구소프트웨어의 영구 보존 등과 같은 국제협력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파리에서 열린 제8차 한-프랑스 과학기술공동위(2023년)에서 한국의 오픈사이언스 현황과 계획을 프랑스 고등교육연구부와 공유하여 양국의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오픈사이언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학술행사인 NASA-CERN Open Science Summit 2023에도 참석하여 오픈사이언스 정책 및 실제적인 오픈사이언스 적용 사례를 통해 국내 상황에 적합한 형태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챗GPT 이후 거대언어모델(LLM·Large-Language Model)의 등장과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 도래했다. 오픈사이언스의 개방·공유의 확산과 함께 더 중요해진 것은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이 공존하는 인프라 조성이다. 기술패권에 따른 라이선스, 엠바고와 같은 오픈사이언스 정책을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람직한 오픈사이언스 정착을 통해 전 세계 지속가능발전 및 과학기술의 발전에 공헌을 기대한다.
최광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과학기술데이터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수홍 막냇동생, '친형 횡령혐의' 증인으로 재판장 나온다
- ‘아! 이럴줄 몰랐다’ 이수만 떠나니 SM ‘훨훨’…괜히 팔았나? 카카오 웃는다
- 심현섭, 최근 근황..."남양주서 돈까스집 운영...개그맨 전성기 하루 3억 벌기도"
- BTS 정국, 美 빌보드 또 신기록…韓 솔로 최초 ‘글로벌’ 차트 3주째 1위
- 기차도 넘어뜨리는 태풍 카눈, 한반도 관통 '초긴장'
- “에스파 윈터 살해하겠다” 신변 위협글…SM “고소장 접수·경호 강화”
- 한효주 "쌍커플 저절로 생겨…성형 의혹 시달렸다"
- 손태진, “저에게 ‘참 좋은 사람’은 당연히 저의 팬 분들이죠”
- “비싸고 맛없다” 세계 1위 스타벅스 굴욕, ‘이 나라’ 10년째 안 통해
- '마약 전과' 탑, 복귀 눈치보기?…'오겜2' 제작발표회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