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빠졌더니 25세 신예 포수가 펄펄…3300만원으로 152억원 메우기, 두산 포수왕국은 가능하다
[OSEN=잠실, 이후광 기자] 연봉 3300만 원 선수(박유연)가 152억 원 대형 포수(양의지)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포수왕국 두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산 백업 포수 박유연(25)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과의 시즌 9차전에 8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활약과 함께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양의지의 공백을 메웠다. 데뷔 첫 2루타에 멀티히트를 신고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지난주부터 옆구리가 좋지 않았던 양의지는 7일 병원 검진 결과 좌측 옆구리 근육이 1.8cm 손상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에 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이승엽 감독은 양의지의 백업을 맡았던 장승현이 아닌 박유연에게 전날 삼성전 선발 마스크를 맡겼다. 박유연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6라운드 60순위로 입단해 1군 경험이 19경기가 전부인 제3의 포수였다.
박유연의 공격력을 높이 샀다. 장승현의 6일 잠실 KT전 검지 부상 여파도 있었다. 실제로 박유연은 두산 입단 때부터 공격형 포수로 주목을 받았다. 퓨처스리그 6시즌 통산 23홈런을 때려냈고, 통산 장타율이 .431에 달한다. 올해도 호주 스프링캠프 참가에 이어 42경기 7홈런 장타율 .445의 화력을 뽐내며 이 감독의 콜업을 기다린 그는 지난 5일 마침내 부름을 받아 6일 교체로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박유연은 이날 2-0으로 앞선 2회 1사 후 내야안타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6월 12일 LG전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나온 안타였다. 그리고 여전히 2-0으로 리드한 4회 2사 1루서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2루타를 치며 1루주자 김민혁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데뷔 첫 2루타 및 멀티히트를 동시에 달성한 순간이었다. 박유연은 이후 허경민의 1타점 3루타 때 홈을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경기 후 만난 박유연은 “부모님께서 어제(7일) 떨지 말고 잘하라고 전화를 주셨다. 그래서 안 떨고 잘한 것 같다”라며 “코치님과 형들도 나가서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응원해주셨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양)의지 선배는 그냥 말없이 툭 치고 가셨다. 묵묵히 응원을 해주신 것 같다”라고 양의지의 공백을 메운 소감을 전했다.
데뷔 첫 2루타의 손맛은 어땠을까. 박유연은 “2루타 치고 나서 타구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멀리 간지 몰랐다.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넘어갔을 것 같다”라고 웃으며 “사실 그렇게 잘 맞은 게 처음이다. 앞에서 친다고 생각하니까 중심에 잘 맞았다. 손맛이 좋았다”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박유연은 공격과 더불어 최원준의 대체 선발 최승용과도 환상 호흡을 뽐냈다. 5⅓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1실점 호투로 약 세 달 만에 승리투수가 된 최승용은 “선발투수로 오랜만에 다시 올라가니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박)유연이 형이 잘 리드해준 덕분에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라고 호투의 공을 박유연에게 돌렸다.
박유연은 “경기 전 (최)승용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승용이 공이 워낙 좋아서 리드를 공격적으로 했다. 6회에 다소 힘이 빠지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래도 승용이가 자신감을 갖고 잘 따라와 줬다. 오늘은 승용이 공도 좋았고 나도 잘 쳐서 기분이 좋다”라고 후배의 승리를 축하했다.
양의지는 옆구리 부상으로 최대 3주의 휴식 및 재활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장승현과 박유연이 남은 8월 두산의 안방을 지키게 됐다. 양의지라는 대포수의 공백을 메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박유연이 8일 퓨처스리그서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며 향후 전망을 밝혔다.
박유연은 “퓨처스리그서 너무 타격이 안 돼서 연습을 많이 했다. 남아서 혼자 훈련을 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아졌다”라며 “(양)의지 선배가 당분간 없는데 이제 여기서 떨어지지 않고 더 앞으로 치고 나가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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