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文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징비록 남겨야
위 그래프는 지난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노태우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나타낸 것이다. 좌파정부로 인식되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했고, 우파 정부로 인식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주택가격이 안정됐다.
아파트 가격 급상승은 부동산 정책 실패, 아파트 가격 안정은 부동산 정책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극명한 차이를 가져온 근저요인은 무엇인가. 축약하면, 좌파정부는 ‘반(反)시장 정책’으로 시장과 엇섰고 우파정부는 ‘친(親)시장 정책’으로 시장과 소통했기 때문이다.
정책 실패는 국민에게 회복 불가의 고통을 준다. 정책 실패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판단오류에서 비롯된다. 국민이 바라는 바를 정책에 담았다는 주장은 허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닌 최고 의사결정자가 원하는 것을 국민이 수용하는 것이 현실 정치다. 부동산 정책 실패만큼 국민의 일상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없다. 실패한 정책은 반드시 ‘징비(懲毖)록’을 남겨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공언했다. 부동산 문제만큼 난마(亂麻)가 얽힌 문제는 없다. 그 자신감이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고, 임기 중 23번의 정책을 쏟아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8월 2일에 ‘주택가격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강력한 대책이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청약 1순위 제도 강화 등이 주요한 내용이다. 정부가 개인이 집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건건이 방해하는 것들이다.
2018년에는 이른바 9·13 대책을 내놨다. ‘주택을 이미 보유한 사람’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새로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한 것이다. 서울 25개 전 지역을 포함해 분당, 과천, 하남, 세종 등이 대상이었다. 2주택 이상을 사실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금한 것이다. 전세는 다주택자가 임대시장에 잉여주택을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세물건이 마르고 전세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2019년에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시켰다. 그리고 9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20%로 낮췄다. 그렇게 해야 강남 3구로의 쏠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을 제한하자 매수자들은 ‘영끌투자’를 했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신용대출이 막히자 사업자대출로 집을 샀다. 대출 규제의 피해자는 역설적으로 무주택자이다. 대출받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히는 현금 부자이기 때문이다. 대출길이 순차적으로 막히면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감이 커졌고 수요가 더 몰렸다.
지난 2020년 8월에 도입된 임대차 3법은 전·월세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도입된 법인데 전세공급이 부족한 시기에 도입된 것이 문제였다. 임대차 3법은 도리어 전·월세가격만 올리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는 예고된 것이었다. 2017년 출범할 때부터 다주택자를 적폐 투기세력으로 단정하고 ‘세금 폭탄’으로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맹신했기 때문이다. 23회 부동산 정책은 모두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옥죄는 수요억제책이었다.
주택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수요가 부동산으로 흘러들면서 집값이 왜곡되었다는 확신편향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오른 것은 ‘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 공급’이 1차적 배후요인이다. 따라서 대출을 규제하고 세금을 올릴 것이 아니라, ‘대출금리’를 올렸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가격에 심한 거품이 끼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GDP 대비 주택시가총액 배율’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배 하던 주택시가총액이 2021년에는 3.2배로 폭증했다. 거품이 빠지면 주택가격은 본질가치로 회귀한다.
그 과정에서 ‘부작위’를 선택한 가계는 집값이 올랐다 내린 정도의 변화를 경험하지만, ‘집값이 오를 때 빚으로 집을 샀지만 그 후 집값이 하락한 가계’는 평생 회복 불가의 재산상의 손해를 입게 된다. 자산가격 변동성을 키운 것 자체가 정책 실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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