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사 2-4 참패' 토트넘, 또 원흉은 '호러쇼' 다이어...느린 발, 답답한 수비 노출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에릭 다이어의 수비력은 이번 경기에서도 문제였다.
토트넘은 9일 오전 3시(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에스타디 올림픽 루이스 컴파니스에서 열린 2023 조안 감페르 트로피에서 바르셀로나에 2-4로 패배했다. 선제 실점도 극복했지만 경기 막판 연거푸 내준 실점이 치명적이었다.
토트넘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원톱으로 히샬리송이 출격했으며 이반 페리시치, 지오바니 로 셀소, 마노르 솔로몬이 2선에서 지원했다. 중원은 이브 비수마, 올리버 스킵이 책임졌다. 4백은 세르히오 레길론, 다빈손 산체스, 에릭 다이어, 페드로 포로가 출전했다. 골문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지켰다.
대기 명단에는 제드 스펜스, 알피 디바인, 데인 스칼렛, 브랜든 오스틴, 루카 군터, 애슐리 필립스,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파페 사르, 손흥민이 포함됐다.
바르셀로나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은 4-3-3 포메이션으로 출격했다. 페드리,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하피냐가 쓰리톱을 구성했다. 미드필드에는 프렌키 더 용, 오리올 로메우, 파블로 가비가 포진했다. 수비는 알레한드로 발데, 로날드 아라우호, 에릭 가르시아, 쥘 쿤데가 호흡했다. 골키퍼 장갑은 마크 안드레 테르 슈테겐이 착용했다.
이번 경기에서 토트넘이 보여준 후반 막판 3실점은 특정 선수의 문제만으로 치환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도 다이어의 수비력은 프리시즌인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첫 실점 장면부터 아쉬운 면이 많았다. 전반 3분 오리올 로메우가 하피냐를 향해 패스를 넣어줄 때 다이어는 순간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가동하려고 앞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세르히오 레길론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노린 다이어의 행동은 오히려 독이 됐다.
이는 수비라인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피냐가 이를 완벽히 노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향해 패스를 넣어줬다. 레반도프스키가 이런 기회를 놓칠 선수가 아니었다.
전반 5분에도 다이어의 수비 커버 범위는 아쉬웠다. 레반도프스키가 다이어가 전진하면서 생긴 공간으로 달려 나가자 단번에 패스가 공급됐다. 다이어의 키를 넘긴 공은 레반도프스키에게 편안히 배달됐다. 하피냐의 슈팅 상황은 패스가 굴절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바르셀로나의 공격과정은 다이어의 약점을 그대로 노리는 패턴이었다.
후반에도 다이어의 느린 발은 문제가 됐다. 후반 6분 다이어는 레반도프스키한테 패스가 오자 견제하기 위해 전진했다. 수비수가 전진했다면 확실한 수비가 필요하다. 전진 수비를 할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공간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반도프스키를 향한 다이어의 수비는 헐거웠다. 그 공간으로 가비가 뛰어들어갔다. 다이어는 가비가 침투하는 걸 봤지만 전력으로 따라붙지도 않았다. 다빈손 산체스의 수비가 없었더라면 실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후반 18분 상황에서도 다이어의 약점은 그대로 노출됐다. 바르셀로나가 토트넘의 압박을 잘 풀어나왔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다이어의 느린 발은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높은 수비라인을 원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시스템에 다이어가 얼마나 어울리지 않은 선수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바르셀로나가 동점골을 터트릴 때도 문제는 다이어였다. 후반 36분 라민 아말이 역습을 시도하고 있을 때 다이어는 페란 토레스를 견제하면서 물러섰다. 페드로 포로는 뒤따라 들어오는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막아야했기에 다이어가 토레스 방면 수비를 확실하게 해줬어야 했다.
그러나 다이어는 토레스를 너무 안일하게 수비했고, 아말의 패스 동선도 차단하지 못하면서 실점의 원흉이 됐다. 후반 45분에는 프로답지 않은 수비까지 저질렀다. 토레스를 거쳐서 안수 파티한테 볼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다이어는 허둥거렸고, 자신이 누구를 막아야할지 확실히 판단하지 못했다.
파티한테 공이 가는 순간 다이어는 수비를 포기해버렸다. 다이어의 약점을 커버해주지 못한 토트넘 선수들의 활동량 저하도 문제였지만 센터백이 이러한 수비력을 보여준다면 어느 감독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경기 후 영국 '풋볼 런던'은 다이어를 향해 "산체스와 함께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높은 수비라인은 다이어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평점 5점의 낮은 평가를 내렸다.
지난 시즌부터 다이어는 매우 불안한 수비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일부 팬들은 다이어를 매각해도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선수가 새로운 팀으로 향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시즌이라고 해도, 허술한 수비력을 또 노출한 다이어는 점차 주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새로 영입된 미키 판 더 펜이 토트넘의 주전 센터백으로 전망된다.
다이어는 2023-24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토트넘 주장단에 포함된 선수라 라커룸에서의 영향력은 크다고 보도되고 있지만 이러한 경기력이라면 재계약 제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에 다이어가 개선되지 않는데도 토트넘이 재계약 제안을 넣는다면 팬들의 반발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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