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특허가…" IPO 기술 특례를 미끼로 삼는 사기꾼들
비상장주식 사기사건 5편
상장 기준 낮은 기술특례 상장
기술력만 있으면 IPO 가능해
가치 없는 특허로 기술력 부풀려
특례 상장 준비기업으로 탈바꿈
# 주식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기업공개(IPO) 시장은 항상 투자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다 보니 큰돈이 모여들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를 노린 비상장주식 사기꾼도 많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다. 상장 가능성이 없는 비상장주식을 비싸게 팔아치우는 거다.
# 이를 위해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현란한 말솜씨는 기본. 수익률 그래프를 조작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유령법인을 만들고, 광고성 기사를 통해 직접 팔아치울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뻥튀기한다.
# 이뿐만이 아니다.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업공개(IPO) 제도의 빈틈을 기가 막히게 악용한다. '기술특례 상장제도' '소액주주 비중' '통일규격유가증권 발행'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IPO 제도를 어떻게 악용하고 있을까.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5편에서 파헤쳐봤다.
악용惡用. 알맞지 않게 쓰거나 나쁜 일에 씀.
투자시장에는 다양한 제도와 정책이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를 악용하려는 사기꾼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기업공개(IPO)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IPO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일반 대중에게 분산하고, 재무 등 기업의 실체를 알리는 제도다. IPO를 기업공개라고 부르는 이유다. IPO의 목적은 기업의 주식을 증권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기업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의 발전과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IPO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는 IPO 시장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IPO를 주식시장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을 공개하는 과정에선 큰 돈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좋은 기업의 주가를 더 싸게 사려는 투심投心은 IPO의 전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역설적으로 사기꾼을 움직이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한다.
대표적 사례가 비상장주식 사기다. 잘 알다시피 비상장주식 사기의 수법은 가치가 없는 주식을 투자자에게 비싸게 팔아넘기는 것이다. IPO가 곧 머지않았다는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꾀는 방식이다.
우리는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1편과 2편에서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의 놀라운 수법을 살펴봤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령법인까지 사들여 회사를 만들고, 그럴듯하게 기업 홈페이지를 단장한다. 헐값에 특허권을 사거나 권리가 소멸한 특허권을 유효한 것처럼 꾸며 기술력을 자랑한다. 기업의 가치를 높여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이렇게 가치가 없는 회사를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면 다음 절차는 회사가 IPO를 추진하는 것처럼 둔갑시키는 것이다. 이때 사기꾼들은 일반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IPO 과정을 십분 악용한다. 그렇다면 사기꾼들이 비집고 들어가는 IPO 제도의 빈틈은 어떤 것이 있을까.
■빈틈➊ 특례 상장 = 일반적인 IPO는 대략 7단계를 거친다.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IPO를 맡길 대표주관사를 선정(증권회사)하고, 실사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받는다. 이를 마치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승인을 하면, 공모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이후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결정하고, 일반투자자의 청약을 받아 공모주를 배정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상장신청을 하면 5영업일 내에 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으로 절차가 끝난다. 과정이 복잡한 만큼 시간도 꽤 걸린다. 기업의 상장 준비에만 1년이란 시간이 필요하고,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는 데도 5~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시장에서 상장하느냐에 따라 IPO에 필요한 요건도 다르다. 유가증권시장으로 불리는 코스피 시장은 상장 요건이 무척 까다롭다.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상장예정주식 100만주 이상,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000억원 및 3년 평균 매출액 700억원 이상, 최근 사업연도 사업이익 50억원 이상(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 소액주주 500명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IPO를 신청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의 상장 요건은 소액주주 500명 이상이 2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어야 하고,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이 50억원을 넘어야 한다. 다만, 벤처기업은 자기자본이 30억원이면서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이 15억원만 웃돌면 IPO를 신청할 수 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아무 기업이나 IPO를 할 순 없다는 거다.
하지만 여기에도 사기꾼들이 파고들 틈은 있다. 코스닥 IPO 제도 중 하나인 '특례상장'을 악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특례 상장 제도의 취지는 훌륭하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상장을 활성화해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기술 특례 상장은 자기자본 10억원, 시가총액 90억원의 기업이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기술보증기금·나이스평가정보·한국기업데이터) 중 두곳에 평가를 신청해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받으면 가능하다. 기술력만 있으면 IPO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성장성 특례 상장은 더 간단하다. 증권회사가 기술을 보장하고 추천하면 심사를 통해 상장될 수 있다. 요건은 자기 자본 10억원 이상, 자본 잠식률 10% 미만이면 된다. 다만, 소액주주가 500명이고, 25% 이상 지분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주식분산 요건은 다른 코스닥 IPO 기업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이런 특례 상장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혹한다. "특허가 훌륭해 평가기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회사가 상장을 보장하고 있다"는 식이다.
투자자 사이에서 상장이 늦어진다는 말이 나오면 핑계를 대기도 좋다. 거래소가 일정을 감안해 승인을 늦추고 있다거나 서류가 부족해 보완하고 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사기꾼들이 소개하는 상장 예정 기업이 대부분 코스닥이나 특례 상장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기꾼들은 비상장주식을 팔아치우기 위해 '소액주주 비중' '통일규격유가증권 발행'이라는 제도도 악용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 제도를 어떻게 악용하고 있을까. 이 이야기는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여섯번째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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