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美대표팀 감독도 주목한 변화, 김하성의 발버둥이 빛을 발한다…괜히 2000억 가치 평가 나온 게 아니다
[OSEN=조형래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은 2021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부진했고 엄청난 부담과 압박감에 시달렸다.
2020년 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시스템으로 4+1년 최대 3900만 달러, 보장 28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받고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지만 메이저그 레벨과의 격차를 절실하게 체감했다. 내야 전천후 선수였지만 냉정하게 백업 선수였다. 고정된 포지션 없이 117경기(63선발) 타율 2할2리(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OPS .622에 그쳤다.
김하성은 최근 강정호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첫 해에 진짜 엄청나게 힘들었다. ‘다 포기하고 한국에 다시 가야 하나’ 이 생각도 엄청 했다”며 “그때 왜 포기를 못했냐면 너무 망가져서 한국에 돌아가도 제가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야구를 못할 것 같았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멘탈이 너무 무너져 있었다”라며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2년 뒤, 언제 한국 복귀를 고민했냐는 선수인 것처럼 메이저리그 무대를 폭격하고 있다. 현재 김하성은 8일(한국시간)까지 타율 2할8푼8리(361타수 104안타) 15홈런 41타점 OPS .838이라는 수준급 성적을 남기고 있다. 2년 만에 격세지감이었다.
수비력은 이미 데뷔 첫 해부터 인정 받았고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에 타격까지 일취월장하면서 최정상급 기여도를 가진 야수로 거듭났다. 수비 가중치가 높은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bWAR)은 40홈런 80도루에 도전하는 슈퍼스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와 함께 5.6으로 공동 1위다. 그만큼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인정 받는 선수가 됐다. 팬그래프닷컴 기준 WAR도 4.6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0위다. ‘톱10’에서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
김하성의 놀라운 발전과 변화에 메이저리그도 주목하고 있다. 올해 월드메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 ‘MLB네트워크’의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크 데로사는 김하성의 변화를 주목했다.
데로사는 ‘MLB센트럴’ 방송에서 “수비에서는 2루수, 3루수, 유격수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어느 포지션이든 문제 없다. 2021년 이후 디펜시브런세이브(DRS) 3위로 키브라이언 헤이즈(피츠버그), 라이언 맥마흔(콜로라도)만이 김하성보다 위에 있다”라면서 “하지만 공격에서 올해 완전히 바뀌었다. KBO에서 온 30홈런-30도루의 선수는 재능에 기대어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펑펑 칠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시간이 약간 걸렸지만 그는 지난 3년 동안 타석에서 미묘한 조정들을 통해서 힘을 갖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의 타격 자세 변화를 짚었다. 2021년에는 배트를 잡은 손의 위치가 얼굴 쪽에 가까웠고 지난해에는 어깨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비슷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손의 위치를 더 아래 쪽으로 내린 것을 되짚었다. 데로사는 이 장면을 통해 “빠른 공에 대응력이 올라갔고 존에 오는 공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또 타석에서 레그킥도 공격적으로 한다. 더 좋은 쪽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이것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공과 오프스피드 피치를 더 잘 다룰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MLB센트럴’은 김하성이 6월15일(미국시간) 이후 조정 득점 생산력(wRC+) 기록에서 185로 오타니 쇼헤이(220, LA 에인절스) 맷 올슨(210, 애틀랜타) 프레디 프리먼(185, LA 다저스)과 함께 상위권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메이저리그 전체 4위의 타석 당 투구수(250타석 이상) 4.36개, 3번째로 낮은 스윙율(250타석 이상) 37.1%의 기록들을 근거로 “김하성은 빠른공과 오프스피드 피치 모두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상대를 지치게 한다. 공을 쫓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라며 상세하게 분석했다.
변화가 김하성을 달라지게 했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그동안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MLB.com의 MVP 모의투표에서도 8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가 김하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대형 계약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샌디에이고와 4+1년 보장 2800만 달러,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하성은 2025년 800만 달러 상호 옵션을 거부하면 내년 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으로 나올 수 있다.
8일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2024시즌 홈경기 시즌 티켓 가격을 평균 9% 인상키로 한 구단 소식을 알리면서 ‘성적은 실망스럽지만 관심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흥행을 바탕으로 추가 투자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이 투자의 대상은 김하성이 될 수 있다, 매체는 ‘김하성도 2024시즌 후 800만 달러 상호 옵션이 있다. 파드리스가 그를 샌디에이고에 오래 머물게 하려면 연봉을 많이 올려줘야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지역 매체 ‘이스트빌리지타임스’도 지난 4일 ‘김하성은 3년차에 빅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아직 30살이 안 된 김하성은 내년 시즌 후 FA가 된다. 샌디에이고는 그를 FA가 되도록 놔둬선 안 된다’며 ‘장기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라면서 대략 1억5000만 달러(약 1980억 원)의 장기계약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하성의 그간 노력과 발버둥이 이제 빛을 발하고 있다. 괜히 2000억 원에 가까운 가치를 가진 선수로 거듭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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