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간 전이 메커니즘 밝혀냈다"…치료법 개발에 청신호

천선휴 기자 2023. 8. 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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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유방암이 간으로 전이되는 과정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유방암의 간 전이는 폐 다음으로 흔하고 환자의 생존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아 이번 연구가 유방암 환자 치료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간은 유방암 환자에게 폐 다음으로 흔한 원격 전이 부위이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생존 자료를 분석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간에 발생하는 전이는 뼈나 폐에 발생하는 전이보다 치료가 힘들고 상대적으로 생존기간도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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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연구팀, 유방암이 간에서의 '전이 전 니쉬' 규명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유방암이 간으로 전이되는 과정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유방암의 간 전이는 폐 다음으로 흔하고 환자의 생존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아 이번 연구가 유방암 환자 치료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형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왼쪽), 허우행 연구원(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문형곤 교수팀은 한국인 유방암 환자의 암 조직을 면역이 억제된 쥐에 이식하는 동물 실험을 통해 유방암의 간 전이 기전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이 유무와 전이 기관이 다른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유래 이종이식(PDX) 모델을 활용해 간에서 '전이 전 니쉬'(Pre-metastatic niche) 형성 과정을 밝혀내고자 했다. 전이 전 니쉬는 암세포가 장기에 도달하기 전부터 특정 장기가 암세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유방암 환자의 간 전이 조직(왼쪽)의 미세환경 세포가 폐 전이조직보다 높은 CX3CR1의 발현을 보여준다.(서울대병원 제공)

간으로 전이된 삼중음성유방암 PDX 모델의 RNA 시퀀싱을 통한 유전자 발현 분석 결과, 전이가 일어난 간 미세환경에서 CX3CR1 유전자가 증가했다. CX3CR1의 발현율은 폐 전이와 비교할 때 간 전이 유방암 환자의 조직에서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 이는 CX3CR1이 유방암 전이가 있는 간 조직에서 증가하고, CX3CR1 발현 증가가 유방암의 간 전이에 특이적 유전자 조절임을 보여준다.

또 유방암 동물 실험 모델에서 간의 CX3CR1 발현의 증가는 암세포 전이 이전에 발생했는데, CX3CR1 단백질을 발현하는 대식세포가 간에 모여들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는 간의 혈관 내피세포에서 발현·분비하는 CX3CL1 때문으로 밝혀졌다.

또한 연구팀은 간의 전이 전 니쉬에서 CX3CL1-CX3CR1 신호전달은 CX3CR1을 발현하는 대식세포에서 MMP9 단백질 발현의 증가를 촉진했고, 이는 유방암세포의 간으로의 이동과 침윤을 돕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추가로 연구팀은 유방암세포에서 유래된 세포밖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 EVs)가 간에서 TNF-alpha 발현을 이끌어내 간 혈관 내피세포에서 CX3CL1 증가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혈액 내 CX3CL1의 수치가 높을수록 간 전이율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간 전이에 대한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유방암 환자 155명의 혈장 내 CX3CL1 농도와 간 전이에 의한 사망률 및 발생률의 연관성을 효소결합 면역흡착 분석법(ELISA)을 통해 밝혀냈다.

연구팀은 "유방암세포가 혈액으로 분비하는 세포밖 소포체가 면역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암세포가 도달하기 전부터 이미 간 조직 내에서 암세포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유방암은 2023년 세계 여성암 발생률 1위,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병이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대부분 유방암 환자의 원격 전이(폐, 간,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간은 유방암 환자에게 폐 다음으로 흔한 원격 전이 부위이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생존 자료를 분석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간에 발생하는 전이는 뼈나 폐에 발생하는 전이보다 치료가 힘들고 상대적으로 생존기간도 짧다.

이러한 유방암 간 전이의 임상적 중요성에 따라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했지만, 간으로만 전이하는 연구모델이 없어 간 전이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했다.

문형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지금껏 유방암에서는 이런 ‘전이 전 니쉬’가 간 전이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의미가 크다"며 "유방암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향후 개발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분자암연구(Molecular cancer research) 7월호의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선정돼 게재됐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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