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으면 부의금은…" 30대 암환자의 유언, 기부로 이어졌다

박정렬 기자 2023. 8. 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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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는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소아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암으로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난 30대 환자의 가족이 고인의 뜻을 이어 소아암 환아들의 치료를 위해 써달라며 부의금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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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아라씨./사진=화순전남대병원

"치료받는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소아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암으로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난 30대 환자의 가족이 고인의 뜻을 이어 소아암 환아들의 치료를 위해 써달라며 부의금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9일 화순전남대병원에 따르면 고(故) 조아라씨의 유족은 최근 병원을 찾아 정용연 병원장에게 소아암 환아를 위한 치료비 지원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전남 화순군이 고향인 조씨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일하다 지난해 미국으로 MBA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뜻밖에 암을 발견했다. 서울에서 치료를 받던 조씨는 올해 초부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화순전남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항암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나 암은 진행했고, 더 이상의 적극적인 항암 치료는 어렵다는 판단에 지난 4월부터는 완화의료 병동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조씨는 "치료하며 힘든 시간을 겪어보니 어린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생전에 장례식에 들어온 부의금을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자신의 장례식에 올 지인의 명단을 정리하던 와중 의료진에게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처럼 생전에 친구들을 모두 보고 싶다"는 말을 했고 병원측은 조씨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친구와 지인들을 병원으로 초대해 생애 마지막 생일잔치를 열어주기도 했다.

정 병원장은 "암을 치료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다"며 "기부금은 소아암 환아들의 치료와 회복, 그리고 일상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선물처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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