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해임 해병대 수사단장 “정의·정직 목숨처럼 생각 해병대 정신 실천…항명 아니다”

정충신 기자 2023. 8. 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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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단장 입장문서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 직간접 들은 바 없어 ”
“법무관리관 개인의견과 차관 문자내용만 전달 받았을 뿐,항명죄 불성립”
군 검찰, 수사단장에 ‘기밀유출·직권남용’ 혐의도 추가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를 통해 보내온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입장문.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를 조사하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9일 "해병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지휘부에 고개 숙이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령은 같은 군 법무관 출신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를 통해 ‘수사단장 입장문’에서 "저는 국방부검찰단에 집단항명수괴로 형사 입건돼 있고 해병대 수사단장은 보직해임됐다"며 "지난 30년 가까운 해병대 생활을 하면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항상 정정당당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했다"며 "해병대는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한다. 그러한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령은 입장문에서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 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다만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차관의 문자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항명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박 대령은 입장문에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건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셨고 저는 대통령님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결과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임종호)해군참모총장, (이종섭)국방부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 해병대 제공

박 대령 변호인 김 변호사는 "박대령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했다 "며 "해병대 명예 지키고자 고개 안 숙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은 경찰에 이첩할 자료를 수정해버리면 유족부터 반발할 것"이라며 "그러면 모든 비난이 해병대를 향할 텐데, 그런 해병대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군은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기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사건을 이첩한 박 대령을 보직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김 변호사는 박대령에게 사건 이첩 보류 명령을 통보한 사람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라고 전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과 5차례 이상 통화하면서 ‘최초 보고서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자료에는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에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박대령은 유 법무관리관에게 "수사 결과 사단장 등에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것을 유가족에게 이미 설명했는데, 이제 와서 사단장 등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는 것이 문제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을 수사하는 국방부 검찰단은 직권남용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추가로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집단항명의 수괴라고만 돼 있고 누구의 명령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복종하지 않았다는 사실 적시가 전혀 없다"며 "직접 증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신범철 차관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한 언론은 신 차관이 김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임성근) 사단장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법적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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