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모든 조직이론의 최종 수렴은 오직 사람!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다. ‘일하는 방식’은 조직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일 시키는 방식’이고, 이는 곧 ‘조직관리’로서 경영학이 다루는 한 분야이다. 조직이란 단어는 Organization인데, 이는 생물학적 조직인 장기(臟器)를 의미하는 Organ에서 나온 말이다. 기업을 의미하는 Corporation도 그 어원을 따지고 보면 육신을 의미하는 라틴어 ‘Corpus’에서 파생되었다. 조직이든 기업이든 사람의 육신이 그 구성의 기본임을 어원적으로 보여준다.
조직의 생물학 정의와 경영학적 정의는 상통한다. 생물은 몸 전체가 같은 세포의 집합체가 아니고, 각각 다른 형태와 성질의 세포가 모여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 모임의 단위가 조직이다. 마찬가지로 경영학의 조직에서도 그 구성원인 사람이 세포처럼 모여 전체의 목적을 위해 일정 기능을 수행한다. 생물학적 조직과 경영학적 조직에는 ‘목적’이 있으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분업’한다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조직의 경영학적 정의는 “혼자서는 이루기 어려운 목적 달성을 위해 의식적으로 결합하여 상호작용과 협력하는 인간의 결합 시스템”이다. 목적 없는 조직은 없다.
조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항상 존재하였다. 조직의 유구함을 설명하는 역사적 사례는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 조직이다. 약 4,700년 전에 설계팀, 채석팀, 운반팀, 취사팀, 제사팀 등, 심지어 위문공연팀까지 조직을 갖추었다. 피라미드 1기당 평균 3톤이 넘는 200만개 이상의 깎은 돌이 필요하다. 이들을 약 15,000평의 부지에 쌓아 올리는 것은 연 인원 10만명의 노동자가 10년 내지 20년에 걸쳐 동원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피라미드 이후 학자나 관리자들은 조직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20세기까지 체계적 이론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산업혁명 이후 아담 스미스가 ‘분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 강조한 후, 그것은 모든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의 기본이 되었다. 20세기 초 미국의 공업 발전과 대량생산 시스템의 출현은 비로소 조직관리에 관한 여러가지 이론을 탄생하게 한 배경이 되었다. 그 효시는 1911년 미국인 테일러(F. Taylor)가 쓴 <과학적 관리(Scientific Management)>이다. 피터 드러커는 테일러를 가리켜 “양심 있는 지식인이라면 솔직히 인정해야 할 20세기 인류의 최고 공로자” 라고 치켜 세웠다. 테일러의 시간연구와 동작연구를 통한 과학적 과업 관리 방식을 ‘과학적 관리론’이라 한다.
과학적 관리론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계승되어 발전되었다. 그 중 한명이 프랑스의 앙리 파욜(Henri Fayol)이다. 그는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병원 등 모든 조직의 관리에 적용할 만한 14가지 관리원칙(Principles of Administration)을 1919년 발표하였다. 그 14가지 원칙에는 위계질서(Hierarchy)에 기반하여 분업, 권한의 집중, 개인보다는 조직 목표의 최우선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조직 구성원에게 자율권을 부여하여 창의력을 발휘케 하자는 내용도 있다. 이 원칙의 많은 부분은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조직관리에 관한 기본이다. 파욜의 주장은 ‘일반 관리론’ 또는 ‘행정 관리론’이라고 학자들이 분류한다.
파욜의 조직관리 원칙에 뒤이어, 1921년 독일의 베버(Max Weber)가 새로운 이론을 냈다. 그는 법과 규정으로 정해진 카리스마적 권한과 절차가 적용되는 관료제(Bureaucracy) 조직이 언제 어디서나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였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 파욜의 일반 관리론 그리고 베버의 관료제를 통틀어서 ‘전통적 조직이론’이라 한다. 전통적 조직이론은 조직관리의 이론적 출발점이고, 관리자들을 위해서는 지금도 어느 정도 적용가능한 원칙과 이론이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을 기계의 부품처럼 수동적으로 보고 각각의 정서적, 감정적 측면을 경시한 경직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이론이 나왔다.
그 비판과 보완으로 등장한 것이 1930년대의 ‘인간관계(Human Relation)론’이다. 인간의 사회적, 정서적 등 비경제적 욕구와 동기 그리고 비공식 조직을 중요시하는 것이 이론이다. 이는 사람 중심 경영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고,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조직운영에 고려해야 한다는 명제를 도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학자들은 이를 ‘신고전적 조직이론’이라고 분류하는데, 물론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현대의 경영환경을 ‘부카(VUCA)’라고 압축적으로 표현한 학자가 있다. 그에 따르면 Volatility(고도의 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그리고 Ambiguity(모호성)이 현대의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 지적한다. VUCA 환경에서는 전통적, 신고전적 조직이론처럼 사용자 중심의 관점만으로는 조직관리가 효율적으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원의 복잡한 인간관계, 가치, 그리고 감정적 요소와 조직의 성과를 연결하는 조직이론이 등장하게 된다. 사람에 더 큰 방점을 찍고 등장한 현대적 조직이론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시스템 이론(System Theory)과 상황적응 이론(Contingency Theory)에 경영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에서 이론은 현실보다 속도가 조금 늦다. 현상을 보고 학자들은 이론을 세우고 체계화한다. 생물은 여러 조직이 모인 복합체로서 한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에서 힌트 받아 조직이론으로 발전시킨 것이 시스템 이론이다. 기업 등 사회 조직에서도 그 안의 여러 구성요소(Sub-System)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상호작용을 하는 복합체를 이룬다고 보고 이를 ‘시스템’이라 한다. 시스템 이론은 두 개 이상의 Sub-System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상호작용할 때 생기는 조직의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를 설명할 수 있다. 또 이전의 전통적, 신고전적 조직이론과는 달리, 조직을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개방 시스템으로 본다. 모든 우주 만물은 무질서로 향하는 에너지인 엔트로피(Entropy)가 내부에 있듯이, 조직에도 조직을 쇠약하고 무질서하게 만드는 엔트로피가 있다. 그 엔트로피를 외부로 방출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영입하는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해야 그 조직이 건강하게 오래 갈 수 있다. 조직내 불평불만자는 내보내고 긍정적, 적극적 태도의 조직원을 새로 영입하는 것은 그 비근한 예이다.
VUCA 경영환경 하에서 조직의 유지와 실패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변수는 많다. 외부 환경이나 변수에도 불구하고, “항상 최적인 유일한 조직은 없다”는 개념에서 시스템 이론을 좀 더 보강한 것이 상황적응 이론이다. 조직의 건재는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 외부 환경에 어떻게 빨리 적응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기업의 생존을 설명함에 있어서 가장 와 닿는 이론이다.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Kodak필름, Nokia, 미국의 Big 3 자동차 메이커는 부적응의 사례로,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환경에 재빠르게 적응한 애플, 테슬라 등은 적응의 사례로 설명된다. 현대 조직이론에서는 시스템 이론과 상황적응 이론이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이상에서 ‘전통에서 현대까지 조직이론’의 전개를 개관한 결과, 역시 결론은 하나로 수렴된다. 조직은 살아 있는 시스템적 유기체이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사람과 자원을 담는 큰 그릇이고 그 안에는 항상 조직을 약화시키려는 엔트로피가 있다. 그 엔트로피를 밖으로 방출하는 방법은 조직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여 시너지를 높이고, 사람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일찍이 엘빈 토플러가 말했다. “조직의 임무는 사람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의 능력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게 사람 중심으로 조직 변화를 추진하는 의지와 역량이다. 그런 기업 조직에는 ‘시스템 없는 주먹구구’라는 불평불만은 없을 것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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