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내려고 高금리 ‘株담대’ 받는 나라…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 이달 초 기준 7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주로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최대 6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상속세 비율이 지나치게 과대해 기업 승계에 부담으로 작용, 경영 안정의 위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이달 4일 기준 82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2개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개 그룹 136명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있었다. 이들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37.1%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7조6558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담보 비중은 29.6%에서 7.5%포인트 증가했다.
담보대출 금액도 1년 전(5조4196억원)보다 41.3%(2조2362억원) 늘었다. 오너 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은 경영자금 확보나 상속·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다.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심한 경우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1년 새 오너 일가의 대출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삼성이었다. 삼성가(家) 세 모녀는 계열사 보유지분의 40.4%를 담보로 제공하고 4조781억원을 대출받았다. 1년 전(20.2%·1조8871억원)과 비교하면 담보 비중은 2배로, 대출 금액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출 규모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조2500억원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조1167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6611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삼성 다음으로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이 많이 늘어난 곳은 LG였다. LG그룹 오너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은 1년 전 1288억원에서 올해 2747억원으로 늘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2월과 6월에 각각 230억원과 1180억원을 추가로 대출하면서 총대출금액은 1770억원이 됐다. 이 역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설명했다.
SK그룹에서는 오너 일가 10명이 주식의 51.8%를 담보로 5575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1년 새 대출금액은 608억원 늘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SK 주식 343만여주로 4065억원을 대출 중이었으나 올해는 약 100만주가 증가한 438만여주로 4315억원의 대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솔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금액은 1년 새 170억원에서 603억원으로 증가했다. 대부분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이 대출한 것으로 증여세 납부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농심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액도 200억원 이상 늘었는데, 특히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올해 142억원을 추가로 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이 지나치게 커 기업 승계에 부담이 되므로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1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0.7%)이 프랑스, 독일과 함께 공동 1위로 과중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이 5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이나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할증이 적용돼 실질적으로는 최고 60%가 된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전경련은 "기업 승계 때 상속세는 기업 실체의 변동 없이 단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세로 기업 승계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를 일부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가 있으나, 적용 대상이 한정적인 데다 대표자 경영 기간, 업종 유지, 자산 유지 등 요건도 엄격해 활용이 저조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국내에서 2016∼2021년 가업상속공제 연평균 이용 건수는 95.7건, 총 공제액 2967억원 수준이지만 관련 제도가 활성화된 독일은 연평균 1만308건, 공제액 163억유로(약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한편, 최근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들은 6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대신 넥슨 그룹 지주회사 NXC의 지분 30%가량을 정부에 물납한 바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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