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로 뜨거웠던 코스닥 서머랠리…8월은?[투자360]

2023. 8. 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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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국내 증시와 8월 국내 증시의 온도가 180도 달라졌다. (왼쪽)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과 (오른쪽) 지난 8일 같은 곳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가 여느 해보다 훨씬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발생한 ‘서머랠리’의 열기가 최근 10년간 두 번째로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완충’ 상태였던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의 2차전지 투자 열기 덕분에 지난 6~7월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8월로 들어서며 맹위를 떨쳤던 서머랠리의 뜨거움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2차전지 소재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며 관련 주가의 급등세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국제 유가·원자재가 반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이 재차 커진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외국인 투심마저 꺾이고 있는 것도 증시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6~7월 코스닥 9.22% ↑…G20 주요 지수 중 2위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서머랠리 기간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9.22%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0년 간(2013~2023년)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의 오름폭을 비교했을 때 14.24%를 기록했던 지난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3년 전엔 국내 증시에 개인 투자자의 유입이 본격화된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었을 때다.

서머랠리란 여름을 뜻하는 ‘서머(summer)’와 자동차 경주를 뜻하는 ‘랠리(rally)’의 합성어로, 매년 6~7월 한차례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여름철 반등장을 의미하는 단어다.

올해 월별 상승률만 봤을 때도 지난 7월 기록한 코스닥 지수 상승률 7.80%는 눈에 띄는 수준이다. 작년 말 증권사 대부분이 올해 증시 전망이라고 내놓았던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주가 약세 후 하반기 주가 강세)’ 예측을 보기 좋게 깨버렸던 지난 1월 상승률 9.0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2분기 들어 변동률 -0.55~1.67%에서 오가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심이 7월 들어 다시 깨어났다는 것이 주목할 지점이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하면 7월 코스닥 상승률은 더 두드러진다. G20 국가 주요 주가 지수 중 튀르키예 ‘BIST100’ 지수(24.31%)에 이어 상승률 2위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상승률이 더 높았던 지난 1월 기록했던 4위보다 순위 면에선 7월이 더 앞선 셈이다.

올해 코스닥 지수 서머랠리를 이끈 대표주는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다. 이 기간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과 2위 에코프로의 주가는 각각 68.27%, 114.39% 상승했다. 같은 시기 코스닥 종목별 거래대금 3위(15조3809억원)와 5위(7조9183억원)에 이름을 올렸던 포스코DX와 포스코엠텍 역시 주가 상승률이 각각 202.96%, 49.29%에 달했다.

코스닥만큼은 아니라도 올해 서머랠리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도 2.15%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중 2020년(10.83%), 2014년(4.07%), 2017년(2.36%)에 이은 4위 기록이다.

美 국채 금리 상승에 원화 약세 등 겹쳐…8월 증시 먹구름

다만, 8월로 들어서면서 ‘서머랠리’ 지속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정점에 올라섰던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최근 가파른 기울기의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일 2,667.07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전날 종가 기준 2,573.98까지 내려섰다. 닷새 만에 지수가 3.49%나 빠진 것이다.

코스닥 역시 지난 1일 939.67로 지난달 25일에 기록한 연중 최고치(939.96)에 육박했지만, 전날 종가 기준으론 900선 아래인 892.34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코스피 지수를 지난달 12일(2573.72)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저치로 내려 앉혔다”며 “코스닥은 2차전지주의 급락이 결정적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대외적 상황 역시 8월 증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증시의 조정 국면을 불러오는 상황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일 4.18%까지 오르며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였던 지난해 10월 금리(4.24%)에 육박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투자자들이 10년물 국채를 내다 팔면서 장기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이는 최근 코스피 상승을 이끈 국내 성장주들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주된 동력으로도 작용 중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채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원화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피치, AAA→AA+)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으며 하락 중”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320원까지 치솟았다.

1300원대를 넘어선 원/달러 환율 탓에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도 약화된 모습이다. 8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1조285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전달만 해도 8184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셈이다.

이 밖에도 지난 4일(현지시간)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82.82달러를 기록해 6주간 20% 가까이 급등하고, 글로벌 경기의 가늠자로 통하는 구리 선물 가격이 지난 4월 수준을 회복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증시엔 부담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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