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친 외국인 선수는 떠나면 그만, 피해는 구단과 K리그의 몫

허윤수 2023. 8. 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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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보는 국내 시선 악용 우려
수원FC, 라스에게 훈련 및 경기 출전 배제
"조건 없는 계약 해지는 재발 방지에 도움 안 돼"
수원FC 라스가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사고 친 사람은 따로 있고 뒷수습은 남은 이의 몫이다.

지난 7일 수원FC의 라스가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전 4시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도로에서 라스를 붙잡았다. 당시 라스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08% 이상으로 측정됐다.

수원FC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올 시즌 수원FC는 6승 5무 14패로 12개 팀 중 10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순위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올해로 K리그 4년 차를 맞는 라스는 120경기에서 41골 21도움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에도 9골 5도움으로 팀 내 가장 많은 득점과 도움을 기록 중이다. 공격 포인트로 치면 리그 전체 2위다.

라스의 음주운전을 향한 시선이 더 따가운 이유는 최근 그의 행동 때문이다. 라스는 올여름 수원FC를 떠난다는 이적설이 돌았다. 선수도 이적을 원하며 팀에 온전히 헌신하지 않았다. 수원FC 김도균 감독은 지난달 22일 7경기째 리그 승리가 없었던 광주FC전에서 주포 라스를 제외했다.

당시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고 말한 김 감독은 “이적 이슈로 라스의 컨디션이나 심리 상태가 좋지 않다. 의지 있는 선수가 뛰는 게 맞다”라며 라스를 출전 명단에서 뺀 배경을 밝혔다. 라스가 돌아온 5일 수원삼성전에서는 “휴식기 때 라스와 대화를 했다”며 “이젠 팀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라스는 선제 결승 골을 터뜨리며 속죄하는 듯했으나 곧장 음주운전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7월에는전북현대에서 뛰던 쿠니모토가 음주운전에 적발된 뒤 유럽 무대로 떠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4월 FC안양에서 뛰던 조나탄 모야는 음주운전으로 국내 무대를 떠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내 외국인 선수의 음주운전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전북현대 소속이었던 쿠니모토(조호르 다룰 탁짐)와 올해 4월 FC안양의 조나탄(하이데라바드FC)은 모두 음주운전에 적발된 뒤 계약 해지로 팀을 떠났다.

외국인 선수인 라스는 계약이 해지되면 자유계약(FA) 신분으로 새 팀을 찾을 수 있다. 이적료가 들지 않기에 새로운 직장은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적설에 휘말리며 팀에 집중하지 못했던 라스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향하는 이유다.

라스는 새 팀을 찾으면 그만이지만 수원FC와 K리그는 다르다. 음주운전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가야 한다. 수원FC의 경우 생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주포를 잃었다. 추가 등록 기간이 끝났기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도 없다. 기존 자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음주운전에 엄격한 국내 분위기를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수원FC 최순호 단장은 “만약 이런 일을 대비해 외국인 선수에게 위약금 조항을 걸었을 경우 다른 팀과 경쟁 속에서 해당 선수가 쉽게 우리 팀으로 오려고 할까?”라고 반문한 뒤 “우리 팀만이 아니라 모든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수원FC는 라스와 즉각적인 계약 해지를 택하지 않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수원FC는 즉각적인 계약 해지를 택하지 않았다. 구단은 긴급 선수단 운영위원회를 통해 라스에게 훈련 및 경기 출전 배제 징계를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아울러 오는 10일 예정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이후 다시 한번 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원FC는 “최근 타 구단 사례와 같은 아무 조건 없는 계약 해지는 향후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라며 “K리그에 소속된 모든 선수는 공인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어떠한 사유로도 음주운전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위약금 조항에 동의한다고 해도 연맹에서 공정 거래를 이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구단에서 표준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을 넣는 건 쉽지 않다”며 “이상적인 건 연맹에서 국내·외 선수에게 해당 조항을 계약서 포함해 주는 게 아닐까 한다. 결국 모든 구단과 연맹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일탈과 악용 우려 속에 연맹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라스의 음주운전 적발 이후 법무팀과 계속해서 논의 중”이라며 “악용 사례에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라며 K리그 구단과 함께 해결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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