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실적 고공행진에도 통신사들이 '표정 관리' 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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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경기 침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거두는데 통신사들은 안정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적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5G 중간요금제 등 요금 인하를 단행한 만큼 요금을 추가적으로 규제하는 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AI, 메타버스 등 신사업 추진을 위해선 엄청난 투자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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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요금제 5G 가입자 증가한 덕분
정부 통신비 인하 압박 더욱 거세질 전망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경기 침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거두는데 통신사들은 안정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요금이 비싼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데이터센터(IDC) 등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춘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런 좋은 실적에도 마냥 웃지만은 못 하고 있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정부와 정치권의 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분기 SKT, KT, LG유플러스는 총 1조3,27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지난해 2분기(1조1,672억 원) 대비 13.7% 늘었다. 이는 증권가가 추정한 3개 회사 합산 영업이익인 1조2,700억 원을 넘어선 수치다. 이들 회사는 투자가 몰렸던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고 지난해부터 연이어 1조 원이 넘는 이익을 기록 중이다.
확고해진 영업이익 '1조 클럽'
회사별로 SKT는 전년 대비 0.8% 성장한 4,634억 원, KT는 25.5% 증가한 5,761억 원, LG유플러스는 16% 상승한 2,880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2분기 일회성 인건비 지출이 있어 기저 효과가 일부 반영됐다. 2분기 매출은 SKT가 전년 동기 대비 0.4% 오른 4조3,064억 원, KT는 3.7% 증가한 6조5,475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3조4,2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 늘었다.
3개 회사가 안정적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고가 요금제 중심의 5G 가입자로의 전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전년 대비 5G 가입자가 24~25%씩 늘었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순수 휴대폰 가입자의 1인당 평균 매출(ARPU)을 공개하는 KT의 경우 2분기 기준 3만3,948원으로 전년 대비 4.6%나 늘었다. 여기에 각 사가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IDC, B2B 회선, 인공지능(AI) 솔루션 사업 등도 성과를 내면서 실적 성장을 뒷받침했다.
마케팅 비용 줄인 통신3사…정부, 경쟁 촉진 방안 준비 중
통신사가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통신 요금 인하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까지 통신업계를 이권 카르텔로 지목하면서 독과점 구조를 깰 것을 지시했다. 실제 이번 2분기 통신 3사의 실적을 보면 스마트폰 보조금 등으로 쓰이는 마케팅 비용이 모두 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끼리 고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안정적 영업을 벌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하반기 통신사들의 경쟁을 촉진하도록 각종 규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한편 통신사 대비 요금이 절반 수준인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늘릴 방침이다.
통신사 입장에선 도매제공 의무제도 재개가 가장 부담스럽다. 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데이터 등 요금제를 도매가격으로 의무 제공하도록 한 제도로 지난해 9월 일몰 됐다. 이에 영세한 알뜰폰 업체와 거대한 통신사가 자율적 계약에 따라 도매가격을 정하고 있어 무게 추가 통신사 쪽으로 기우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통신사에 의무를 지게하고 정부가 알뜰폰 업계를 대리해 협상하는 구조로 돌려 알뜰폰 사업자가 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적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5G 중간요금제 등 요금 인하를 단행한 만큼 요금을 추가적으로 규제하는 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AI, 메타버스 등 신사업 추진을 위해선 엄청난 투자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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