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떨어지는데 왜 해? 재택근무 논쟁의 진실[딥다이브]
재택근무는 과연 사무실 근무만큼의 생산성을 낼 수 있을까요. 현재 경제학계의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각국에서 재택근무 관련한 연구 결과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선 여전히 직원의 40%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 근무(사무실과 재택근무 병용)가 대세로 자리 잡았는데요. 사무실로 나오라는 기업과 집에서 일하겠다는 근로자 사이의 줄다리기도 계속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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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하면 생산성 18% 떨어진다?
“일론 머스크가 옳았다.”
데이비드 앳킨 MIT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공개한 재택근무 생산성 관련 연구 결과(제목 ‘재택근무, 근로자 분류 및 개발’)를 전하는 언론 기사의 제목입니다. “집에서 일한다는 건 개소리”라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말대로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확실히 떨어진다는 게 드러났다는 거죠.
실제 연구의 결론은 이겁니다. ‘재택근무 근로자의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자보다 18% 낮았다.’ 5%나 10%도 아니고 18%라니. 상당한 차이인데요. 이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인가요, 아니면 ‘아무리 그래도 18%는 심한데?’인가요?
이번 MIT 연구가 다른 건 재택근무할지 말지를 무작위로 정한 겁니다. 선택효과를 배제했는데도 재택근무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는 걸 확인한 셈이죠(어떤 근로자냐 못지않게 어디서 일하느냐도 중요하다!).
물론 연구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저숙련의 저임금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죠. 실제 비슷한 결론(재택근무자가 사무실 근무자보다 8% 생산성이 떨어진다)을 내린 지난 5월의 다른 연구(나탈리 애마누엘 뉴욕연은 이코노미스트의 ‘원격근무를 하시나요? 원격근무의 선택, 처우 및 시장’) 역시 미국 내 콜센터가 대상이었고요.
특히 눈에 띄는 건 기존에 사무실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아닌 신규 채용된 초보 직원들을 가지고 실험했다는 점인데요. 연구팀 역시 “우리가 연구한 집단은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사무실 환경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 사무실에서 일했던 기존 직장인이라면 사무실 근무 규범을 흡수했을 수 있다(생산성이 많이 떨어지진 않았을 수 있다는 뜻)”고 인정합니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재택근무 옹호론자이든 반대론자이든 좀 답답하실 수 있겠습니다(아니, 그래서 재택근무가 얼마나 나쁘다는 거야?). 이쯤에서 재택근무 관련 논쟁의 종합정리판 격인 워킹페이퍼를 소개합니다. 지난달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공동저자가 발표한 ‘재택근무의 진화’입니다.
완전 재택이냐, 하이브리드냐
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재택근무 연구로 유명한 경제학자입니다. 2015년 중국 여행사 씨트립의 상하이 콜센터를 대상으로 연구해 ‘재택근무(4일 재택+1일 출근)로 기업 성과가 13% 늘고 퇴직률은 50% 줄었다’는 결과를 발표해 전 세계가 주목했죠.
완전 재택근무를 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고, 집중력과 창의성도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특히 주니어 직원들에 대한 피드백과 멘토링이 줄어든다는 게 문제로 꼽히죠.
재택근무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원인은 인간의 낮은 자제력인데요. ‘재택근무의 세 가지 적은 침대, 냉장고, 텔레비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이죠. 블룸 교수는 “학생들도 자기 관리를 위해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경우엔 사무실 근무보다 생산성이 더 높아지거나 별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 멕시코 경제학자인 호세 마리아 바레로 ITAM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로 근무하는 직원들은 3~5%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보고했죠.
아, 그러면 세계적인 전문가를 믿고 완전 재택 말고 하이브리드 근무로 가는 게 기업 입장에선 답일까요? 그런데 기업이라면 이걸 고려해야 합니다. 100% 재택근무가 주는 큰 이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바로 사무실이 필요 없어져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생산성이 설사 18%나 떨어지더라도, 사무실 임대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면 괜찮은 선택일 수 있는 거죠.
완전 재택근무라면 임대료만이 아니라 임금도 줄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 없다면 굳이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 근로자를 고용할 필요 있나요. 달리 말하면 완전히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업무라면(데이터 입력이나 콜센터처럼) 기업 입장에선 차라리 해외로 이전하는 게 나을 수 있는 겁니다.
세계 34개국 중 재택근무 비율 꼴찌는
이를 두고 “일주일에 2~3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건 약 8%의 임금 인상과 동일한 효과”(호세 마리아 바레로 교수)라는 연구 결과가 인용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기업 입장에선 재택근무 덕분에 임금을 덜 올려줄 수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사무실로 다시 출근하게 만들려면 상당한 임금 인상이 필요하고요.
문제는 이렇게 출근을 하네 마네를 가지고 회사와 실랑이를 할 수 있는 근로자는 소수라는 점입니다. 아예 선택권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죠. 그래서 재택근무가 근로자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학력과 나이, 그리고 무엇보다 국적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이렇게 나라별로 차이가 큰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요. 단순히 부자나라냐 아니냐만으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설득력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집 크기인데요.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직원 집 크기가 큰 나라가 아무래도 재택근무에 유리하죠. 산업 구조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데요. IT나 금융 같은 서비스 업종 비중이 높은 나라(미국)일수록 재택근무에 적합하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 해석도 의미 있어 보이는데요. 미국을 포함한 영어권 국가 기업이 성과 측정과 평가 시스템에서 앞서 있는 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합니다. 직원을 굳이 사무실에서 관찰하지 않고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진 거죠.
이 밖에도 재택근무가 늘어 사무실 공실과 도심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경제학계에선 걱정거리이죠. 이제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일본에서조차 이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가 나오는데요(도쿄 도심 출퇴근 인구가 20% 줄고, 직장인들이 예전처럼 야근이나 회식을 하지 않는다는 닛케이 기사).
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해 주당 0.9일로 늘어난 재택근무가 앞으로도 줄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날 거라고 전망합니다. 10~20년 뒤엔 근무일의 30~40%, 그러니까 주 1.5~2일은 재택근무로 정착될 거라는 분석인데요.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포함한 기술의 혁신이 이를 뒷받침할 거란 그의 예상이 과연 현실화할까요. 물론 재택근무 불모지 한국에선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By.딥다이브
재택근무의 상징이나 다른 없는 미국의 화상회의 프로그램 기업 줌(ZOOM)마저 직원들에게 주 2일은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했다는군요. 주 5일 100% 재택근무는 이제 과거 얘기가 되려나요. 재택근무 관련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주 5일 집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사무실 근무자보다 생산성에 18%나 떨어진다는 MIT대학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다른 미국 콜센터 관련 연구에서도 재택근무가 8% 정도 생산성을 늦춘다고 합니다.
-동시에 100% 재택근무가 아닌 하이브리드근무는 생산성을 낮추지 않거나 되레 올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나 멘토링의 질을 낮추지 않으려면 적절한 수준의 대면 근무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미국에선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기업과 재택을 유지하려는 근로자 간 갈등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근로자의 학력과 숙련도, 무엇보다 국적에 따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좌우되곤 하죠. 일종의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인데요. 그래도 대세(하이브리드근무 확산)는 정해졌으니 어떻게 잘해 나갈까를 고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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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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