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그랜드캐니언 주변도 보호지역 지정…우라늄 채굴 영구금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 투사얀에서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주변을 내셔널 모뉴먼트로 지정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주변의 100만에이커(4046㎢)가 ‘내셔널 모뉴먼트’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이 일대에서 우라늄 채굴이 영구 금지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애리조나주를 방문해 그랜드캐니언 남쪽 레드뷰트 에어필드에서 이 같은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땅을 보전하는 것은 애리조나뿐만 아니라 지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면서 “경제에도 좋고 국가의 영혼에도 좋다. 이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셔널 모뉴먼트를 지정한 것은 이번이 5번째다. 내셔널 모뉴먼트는 자연 보호, 문화유산 보존 등을 위한 것으로 국립공원과 유사한 성격이다. 다만 의회가 개별 입법을 통해 지정하는 국립공원과 달리 내셔널 모뉴먼트는 관련 법에 따라 미국 대통령에게 지정 권한이 있다.

새로 지정된 내셔널 모뉴먼트의 이름은 ‘바즈 너와브조 이타 쿠크베니’로, ‘바즈 너와브조’는 ‘원주민이 돌아다니는 곳’, ‘이타 쿠크베니’는 ‘우리 조상의 발자국’을 뜻하는 인디언 부족의 언어다. 영어로는 ‘조상의 발자국 애리조나 내셔널 모뉴먼트’다.

이 지역은 미국의 우라늄 매장량 중 약 1.3%를 차지한다. 이번 조치로 이 지역에서 우라늄 채굴이 영구 금지된다. 다만 기존 채굴 권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12년부터 해당 지역에서 우라늄 채굴을 금지했으나 이 조치는 2032년 만료될 예정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동안 원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우라늄 채굴이 환경 오염을 야기한다며 채굴 금지를 촉구해왔다.

이번 조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일환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립공원 시스템의 기후변화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4400만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애리조나주는 다가오는 대선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다. 2016년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에게 3.5%포인트 차이로 승리했지만, 2020년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포인트도 안되는 차이로 이겼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