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한 달 간 오락가락, 새 외인 투수는 대혼란···그래서 산체스는 어떻게 해야 타자 기만행위가 아닌가[스경x이슈]
KIA 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29)가 예상치 못한 데서 KBO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체스는 KIA 입단 뒤 첫 경기였던 7월9일 수원 KT전에서 독특한 투구 폼으로 화제를 낳았다. 투구 시 이중키킹 동작과 주자 견제시 페이크 동작에 대해 상대 이강철 KT 감독이 항의했지만, 당시 심판진은 이중키킹에 대해서는 “재발할 경우 보크”라고 지적하고 페이크 견제 동작에 대해서는 문제 없는 듯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산체스는 당시 6.1이닝 5안타 10탈삼진 1실점으로 쾌투해 바로 첫승을 거뒀다.
산체스는 첫 경기에서 심판으로부터 지적받은 이중키킹은 이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적받지 않은 페이크 견제 동작은 계속 유지했다.
주자가 1루에 나가면 갑자기 무릎을 구부리고 등을 왼쪽으로 휙 돌려 쳐다보는 산체스의 견제 동작은 매우 독특하다. 그 상태로 바로 견제를 할 때도 있고, 견제 없이 다시 타자를 바라보다 갑자기 다시 등을 돌려 견제할 때도 있고, 다시 세트포지션을 잡고 제대로 견제를 하기도 한다. 일단 갑자기 휙 뒤를 돌아보는 동작에 주자는 깜짝 놀라고 움직이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포인트다.
첫승 당시 산체스는 “대만에서 팀 동료가 하는 것을 보고 해봤는데 바로 견제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계속 이렇게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루틴’인 셈이다.
그러나 이후 심판진이 계속 견제 동작과 관련해 지적을 하고 있다. 그 내용도 달라진다.
첫 등판을 마친 뒤 삼성과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시작한 7월11일 당시 심판조의 박종철 팀장이 KIA를 찾아 산체스의 견제 동작에 대해 경고를 했다. 타자 정면을 보고 어깨를 주자에게로 연 채 사인을 보면서 페이크 동작을 하면 괜찮지만, 1루 주자에게서 등을 돌려 어깨를 완전히 닫은 채로 있다가 하면 보크라는 내용이었다. 주자가 투수의 어깨를 보고 움직임에 대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후 후반기 들어 시작된 산체스의 2~3번째 등판 경기 심판진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4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1일 포항 삼성전에서 다시 경고가 나왔다. 이번에는 산체스의 데뷔전에서 상대 항의에도 문제 없이 넘어갔던 최수원 팀장의 조였다. 페이크 동작 뒤 다시 세트포지션을 잡고 정상 견제를 하면 정상 플레이로 인정하지만, 페이크 동작을 한 채로 견제를 하면 보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세트포지션을 다시 제대로 하지 않는 이상 페이크 동작 뒤 이어지는 견제는 전부 기만행위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박종철 팀장이 전달한 내용과 또 다르다.
그런데 지난 6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바로 1일 삼성전에서 최수원 팀장으로부터 경고받았던 그 동작이 나왔다. 2회초 2사 1루 최재훈 타석에서 페이크 동작을 하고 무의식 중에 세트포지션 없이 바로 견제를 했는데 보크가 선언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산체스는 대혼란이 오고 말았다. 이 경기는 박종철 팀장의 심판조가 운영했다. 상황 직후 심판들은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KBO리그에서는 처음 보는 워낙 독특한 동작이라서인지 그 해석에 대해서 심판들도 완전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거나 전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만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면, 이강철 감독이 항의까지 했던 첫 경기에서 이미 작게라도 주의가 주어졌어야 한다. 이후 수정이 필요한 경우였으면 신속하게 정리가 됐어야 하지만 산체스의 견제동작이 기만행위인지 여부는 무려 한 달 동안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주자 출루시 루틴이 된 투구 동작이 계속해서 다른 내용으로 지적을 받아서인지 산체스는 방황하고 있다. 성적상으로도 5경기 중 최근 2경기에서 연속으로 5이닝도 던지지 못하고 물러났다.
산체스와 면담을 나눈 심재학 KIA 단장은 “얘기 들은대로 수정을 했는데 또 다른 얘기를 듣고, 정작 그 동작을 했으면 보크를 줘야 하는데 주지 않으니 선수가 큰 혼란이 온 것 같다. 계속 얘기가 나오니, 타자와 싸워야 하는데 자신의 투구 동작과 싸우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심판진이 이 동작 자체에 대해 일률적으로 한 번에 정리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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