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살리자] ⑥LA 고교서 펜타닐 사망 충격…교내에 치료제 배치
"학생들과 마약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사실 전달 노력 필요"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슈팀 =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미국 내에 미친 영향은 로스앤젤레스(LA) 지역 내 학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지역 학교 대부분이 아편류 마약 해독제로 널리 쓰이는 '나르칸'(성분명 '날록손')을 구비하고 이와 관련한 프로토콜을 운영 중이었다.
학교의 대처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의식을 잃은 학생을 발견하면 펜타닐을 복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우선 나르칸을 투여한다는 점이었다.
연합뉴스 이슈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LA카운티 교육청의 수전 체이더스 프로젝트 디렉터를 만나 펜타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체이더스는 일선 학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건강 및 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학교에서 일할 때와 달리 현재 펜타닐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사망자가) 수백% 증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가을 카운티 내에서 몇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재 대부분 학교가 나르칸을 구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 이 지역 내 번스타인고등학교의 한 화장실에서 15세 소녀가 펜타닐이 함유된 알약을 먹고 숨진 채 발견돼 지역사회에 충격을 줬다.
나르칸의 성분인 날록손은 헤로인, 펜타닐, 옥시코돈 등 아편류 마약의 과용에 따른 급성중독을 치료하는 응급 약물이다.
나르칸은 코에 분사하는 형태의 제품으로, 오피오이드(아편성 진통제) 계열 마약의 과다복용으로 호흡을 멈춘 사람에게 쓰인다.
체이더스에 따르면 카운티 내 중·고등학교가 나르칸을 보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초등학교도 나르칸을 구비하고 있었다.
또한 학교 내 직원들이 나르칸 사용법을 익혔으며 유사시 나르칸 사용과 관련한 프로토콜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이더스는 특히 의식이 없는 학생을 발견하면 자동으로 나르칸을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겉보기로는 "의식을 잃은 학생들이 펜타닐이 함유된 약물을 복용했는지 알 수 없다"며 "우리가 나르칸을 사용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이 펜타닐을 복용한 것처럼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설명한 프로토콜에 따르면 의식을 잃은 학생을 발견하면 911에 전화한 뒤 나르칸을 투여한다. 이후 반응이 없으면 재차 사용한다. 구급대원들이 올 때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다가 구급대원들과 함께 조처하고 그들에게 나르칸을 썼다는 사실을 알린다.
응급상황이 끝난 뒤 해당 학생이 학교로 복귀하면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당 학생을 지역 내 여러 기관과 연계해주는 후속 조치도 취한다.
체이더스는 "한명의 사망자도 우리에게 너무 큰 숫자"라며 "어떤 학생도, 어떤 청년도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죽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체이더스는 현재 학교들이 중점을 두는 것은 예방교육과 인식 제고라고 전했다.
그는 "학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약물 중독까지 가지 않더라도 마약을 단 한 번 복용해도 죽을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펜타닐은 기본적으로 의료용으로 쓰이는 마약이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구하지 않는 펜타닐은 거기에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고 체이더스는 경고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얻는 펜타닐은 모두 오염돼 있고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체이더스는 마약 예방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한국에 학생들과 마약 이야기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는 "학생들과 마약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마약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학생들이 마약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가 하려는 것은 마약에 대한 사실(fact)을 알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학생들은 마약과 관련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친구들로부터 듣게 돼 있다며 그런 정보들은 "진실이 아니고 잘못된 속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이더스는 "저는 제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마약과 관련된 내용을 듣는 것보다 저와 이야기하기를 원한다"며 "저는 그런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관심과 감독, 부모와 자녀 간 대화가 실제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내가 부모한테 들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야. 마약을 한 알 먹어도 죽을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체이더스는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또래의 압박에 굴하지 않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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